◆…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과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과의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로 인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22일 JTBC가 이를 보도했다 (사진=JTBC 방송 캡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7일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 내용을 고교 후배인 현직 외교관으로부터 전달받고, 이를 공개한 것을 두고 외교 관례를 어긋난 것이라며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강 의원이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내용은 "지난 7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5월 25~28일 방일 직후 한국을 찾아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귀로에 잠깐 들리겠다고 말했다"고 한 것이다. 청와대나 백악관이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 강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22일 보도에 따르면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K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한 다음날인 8일 대사관에서 통화내용을 열람한 후, 9일 새벽 2차례의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통해 강 의원에게 통화내용을 그대로 알려줬다.
청와대와 외교부 합동 감찰 결과 이같은 내용이 밝혀졌다. K씨도 "강 의원에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읽고 난 뒤 기억나는 대로 알려줬다"며 유출 사실을 털어놨다. 감찰 결과 K씨는 강 의원의 고교 후배로 드러났다.
는 외교부가 징계 절차와 함께 외교상기밀누설죄 위반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며, K씨는 이같은 행각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K씨는 지난 3월 정의용 안보실장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접촉했던 사실도 강 의원에게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정상간 통화 내용은 3급 비밀에 해당되며, 외교 관례상 양국 합의 내용만 공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재정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오늘 언론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간의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전달하는 등 심각한 기밀누설 행위를 일삼은 외교관의 비위사실이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국가 정상 간의 통화내용은 민감한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3급 국가기밀에 해당한다"며 "이것을 누설하는 것은 국익을 해(害)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서 형법상 외교상기밀누설죄로 처벌된다"고 두 사람에 대한 엄중처벌을 촉구했다.
아울러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및 북미정상회담 등 민감한 현안이 다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외교기밀누설행위는 한미동맹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상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해당 외교관 및 연루자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국가기밀 누설 행위를 배후조종, 공모한 강효상 의원의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와 관련,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전날 청와대가 한미정상회담 통화내용 유출과 관련,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폰 보안검사에 착수한 사실이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난 2년 국정실패를 공무원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정권에서, 이제는 막무가내식 휴대폰 털기로 공무원들을 겁박까지 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문 정권식 공포정치"라고 비난했다.
연일 벌어지는 여야 대치국면이 강 의원의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공개 사건으로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정 운영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로 인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조직적 저항 등 조기 레임덕 상황으로 빠지지 않을까 곤혹스런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