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취득하여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이익을 얻었더라도 증여세를 물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세법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회사의 최대주주가 발행회사 또는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취득하여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이익이 발생한 경우 그 행사이익을 증여로 간주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과거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발행하면서 거기에 붙은 신주인수권만 저가로 취득한 후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거액의 이익이 생기도록 하는 등 사주 일가의 변칙증여를 막기 위하여 도입된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과거 2000년대 후반 자본조달방법으로 각광받았던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과정에서 최대주주 등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최초 취득한 금융기관들로부터 신주인수권증권을 취득하여 행사하여 이익이 발생한 경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은 발행회사의 주가가 오르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추가적인 행사이익을 얻게 되지만,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많은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동시에 발행 회사의 최대주주 내지 대표이사에게 신주인수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한다.
이는 사주의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이러한 거래를 최대주주가 발행회사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직접 취득한 것으로 보거나,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최초 취득한 금융기관들을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으로 보아 최대주주에게 증여세를 물렸다.
대상판결은 먼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한 금융기관은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은 제3자에게 증권을 취득시킬 목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증권을 취득하는 자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최초 취득한 금융기관들은 이자수익 및 신주인수권 매도차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의 지위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 및 신주인수권을 취득하였을 뿐, 최대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취득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들 금융기관들을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상 최대주주가 발행회사로부터 직접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과세대상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도 배척하였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및 신주인수권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는 사업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최대주주의 증여세 회피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는 이상 실질이 증여라고 단정하여 증여세를 물릴 수 없다고도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비록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행사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및 최대주주 등의 신주인수권 취득에 사업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변칙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물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규정의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지극히 타당하다.
더욱이,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이익도 최대주주에게 실제로 귀속된 이익이 아닌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에 불과하여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에 더욱 수긍이 간다. 대상판결은 현재 각급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사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고로 대상판결과 동일한 쟁점이 문제된 다른 3건의 대법원 사건 모두 대상판결과 동일한 내용으로 종결되었다. [대법원 2019.4 11 선고 2017두57899 판결, 대법원 2019.4.11.선고 2016두59546 판결, 대법원 2019.4.11.선고 2017구52030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