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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순의 상속 톡톡]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물납, 출구는 마련해줘야

조세일보 / 장재순 | 2019.06.05 08:20

같은 단어임에도 누구에게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확 달라지는 게 있다.

'순진하다'가 그것이다. 아이에게 쓰면 "마음이 꾸밈없고 참되다"는 뜻이다. 어른에게 쓰면 거의 욕이 된다. "세상 물정을 몰라 어수룩하다"는 뜻으로 표변하는 까닭이다. 

오늘의 주제는 순진하다.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올리고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등 거대담론을 말하는 분들 눈에는 찌질하게 보일 것이다.

제도를 다루는 분에게는 집행가능성 측면에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 모르는 얘기 정도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쩌랴. 필자의 그릇이 그것 밖에 안 되는 것을.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3천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 사주가 사망, 상속이 개시된 경우 최대 5백억원을 상속세과세가액에서 빼주는 제도다. 최대 5백억원까지 빼주니 상속세는 어림잡아 250억원 정도 준다.

그러니 요건이 까다롭고 사후관리가 매우 엄함은 당연할 터. 이 모두가 가업상속을 빙자한 부의 무상이전을 막기 위함이다.

사후관리요건을 어기면 가업상속공제로 인해 줄어든 상속세와 이자가 추징된다.

추징사유 중 하나가 상속인의 주식보유비율이 10년 이내 하락한 경우다. 상속주식을 10년 이내 팔면 추징된다는 것. 다만 주식을 물납한 경우로서 물납 후에도 상속인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면, 추징되지 않는다는 특례는 인정된다.

문제는 주식 물납이 어렵다는 점이다. 환금성이 높은 상장주식은 물납이 아예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면 환금성이 약한 비상장주식은 쉬울까.

그것 역시 아니다. ①비상장주식 외에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거나 ②국·공채, 부동산 등 다른 상속재산으로 상속세물납에 충당하여도 부족분이 생길 때만 비상장주식을 물납할 수 있다. 물론 세무서장의 물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래저래 물납은 어렵다는 것이다.

물납요건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거니와, 위 ①과 ②의 경우 물납허가를 못 받아 상속세를 내려고 비상장주식 일부를 매각함에 따라 보유비율이 줄어든 경우에도 사후관리요건 위반을 이유로 추징함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적어도 상속세납부를 위해 상속받은 비상장주식 일부를 판 때에는 추징하지 않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할 수 없느냐는 뜻이다.

①·② 상황에서 주식을 물납함에 따른 보유비율 하락을 추징사유로 보지 않는 현행법 특례의 취지에도 맞고, 상속세납부를 위한 주식매각 후에도 최대주주 지위가 보장된다면, 가업은 상속됐다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상속세납부용 주식매각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장치, 물론 마련해야 한다. '금거래계좌'처럼 '상속세납부용 주식거래계좌'를 트게 한 후 이 계좌를 통해 상속세와 주식양도소득세를 징수하는 것도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의 하나다.

①과 ②의 상황에서 물납허가를 못 받아 비상장주식을 판 상속인은 추징되지 않아 좋고 정부는 상속세를 안정적으로 그리고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정녕 순진한 생각일까.

때로는 사물을 순진무구한 눈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장재순 객원칼럼니스트

조세일보 행복상속연구소 연구위원, 조세일보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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