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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지배구조 개편에 들러리 선 산업은행

조세일보 / 김대성 기자 | 2019.06.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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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조선해양, 금융감독원 제공

KDB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졸속 매각으로 인한 후유증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조선업계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와 세계 10여개 국가로부터 결합심사를 승인받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측은 기업분할에 반대하며 파업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도 현대중공업으로 흡수되는 상황에 대해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노조측의 저항으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가 무산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국내외 결합심사에 대한 불투명이 계속되면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현대중공업이 과연 얼마나 타격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현금 한 푼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댓가로 산업은행에 분할된 한국조선해양 보통주 지분 약 7.9%와 우선주를 주기 때문에 완벽한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다. 산업은행에게는 한국조선선해양의 사외이사 1인 후보자를 추천 권리만 부여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를 오너가에 유리하게 개편했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임시주총을 열고 회사분할을 의결한데 이어 지난 3일에는 금융감독원에 합병 등 종료보고서(분할)을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는 7조2215억원의 부채총계는 분할 후 신설된 한국조선해양이 1639억원, 현대중공업이 7조576억원을 짊어지게 된다. 신설된 현대중공업의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의 43배가 넘는다.

자본총계의 경우 현대중공업 이익잉여금 16조2633억원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이 분할전 현대중공업 이익잉여금보다 더 많은 17조446억원을 반영했고 신설된 현대중공업에는 한푼도 넘기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조선해양의 자본총계가 11조2096억원으로 급증하며 부채비율이 1.5%도 되지 않는 초우량기업으로 탄생하게 됐다.

반면 신설된 현대중공업은 자본이 6조1793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14.2%가 넘게 됐다.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한국조선해양의 무려 76배가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빌미로 분할을 통해 오너가에 유리한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초우량기업으로 만들고 신설된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부채를 가득 떠넘긴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지만 설사 대우조선해양을 얻지 못하더라도 기업분할을 통해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의 반발이 없고 주식매수청구권 걱정 없이 지배구조 개편 실속을 챙길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밀실 계약이라는 지적과 함께 한편으론 오너가에 유리하게 짜여진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들러리 선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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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울산시 남구 삼산동에서 전 조합원 7시간 파업을 한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법인분할 주주총회의 효력 무효를 주장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조선해양, 분할 무효 소송 당해…노조측 파업수위 높여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 종목이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꿔져 거래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3일 한국조선해양을 상호변경했기 때문이다. 종목코드는 009540으로 현대중공업이 쓰던 번호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도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기존 공시내역을 그대로 담았고 현대중공업은 비상장주식으로 변경돼 23일 현재 공시 내역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분할된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주식시장에서 조기에 정착화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간절할 수 있으나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해 울산지역 경제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일 박모 씨 외 693명으로부터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 소송을 당했다고 공시했다. 취지는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

박모 씨 외 693명은 지난 3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된 것을 무효로 하라고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함께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31일 분할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자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전면파업과 부분파업 등을 병행했고 갈수록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24일과 25일에는 3시간 파업, 26일에는 4시간 파업을 결의했고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가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 분할로 부채가 신설된 현대중공업에 몰려 경영 위기가 오면 구조조정과 함께 근로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노조 측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의 거센 저항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장실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장실사 저지 투쟁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적자를 내고 있던 현대중공업이 흑자기업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우조선 매각철회 없이는 어떠한 대화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의 졸속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빚은 상처는 갈수록 패여만 가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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