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5G(5세대) 이동통신용 모뎀 칩으로 인해 퀄컴과의 굴욕적인 특허분쟁을 종결했지만 퀄컴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가시화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애플과 인텔의 협상과정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인텔의 스마트폰 모뎀 칩 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협상이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주쯤 모뎀 칩과 관련된 특허와 엔지니어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10억 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애플은 스마트폰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품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는 셈이다.
특히 퀄컴과의 특허분쟁에서 백기 항복에 가까운 굴욕적인 조건을 수용하게 만들었던 통신용 모뎀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입지가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16일, 애플은 퀄컴과 극적인 합의에 도달하고 전 세계에서 제기한 각종 소송들을 일괄적으로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일정 금액의 특허료를 지급하고 2년 연장 옵션의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애플은 모뎀 칩 공급자인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최대 270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퀄컴은 특허료 징구에 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애플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역으로 70억 달러를 청구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아이폰에 퀄컴의 모뎀(통신용) 칩을 전량 탑재했지만 특허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에는 전량 인텔 칩셋으로 전환했다. 양사가 합의에 도달한 배경에는 급속히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5G 시대의 도래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퀄컴은 이미 5G모뎀 칩을 공급하고 있고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물론 중국 기업들까지 텃밭인 미국시장을 넘보는 상황이 됐다. 애플의 파트너인 인텔은 올해 5G모뎀을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지만 사실상 2021년까지 완벽한 제품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결국 같은 날 인텔은 모바일용 모뎀 칩 사업의 포기를 선언했고 2011년 인수한 독일 인피니언(인텔의 모뎀 칩 사업부)을 인수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인텔은 지난 6월 씨넷(CNET)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체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회사의 5G모뎀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회사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지난 5월, 전문가와 언론들은 애플이 2024년 말 또는 2025년 초까지 자체 5G 모뎀을 구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전례에 비춰 애플이 자체 모뎀 칩 사업을 강화한다면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 그리고 퀄컴에게까지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