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BEP↓ 불구 이익지표 우상향
◆…현대오일뱅크 최근 4년 분기별 영업실적. 2019년 2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오일뱅크가 업계 최고수준으로 보유한 고도화 설비의 덕을 톡톡히 봤다. 올 상반기 1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던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해 정유업계 실적 악화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으나 원가절감 전략으로 오히려 반등에 성공했다. 이달 들어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 환경규제에 따른 수요 증가 등 하반기 실적개선 모멘텀이 마련된 만큼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25일 현대중공업지주의 공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 3196억원, 영업이익 1544억원, 당기순이익 915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50.8%, 순이익은 50.6% 줄었다. 다만 전분기 비교 시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3.5%, 53.2%, 56.7%씩 늘어났다.
분기마다 3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호실적이 이어지던 2~3년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업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개선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2분기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손익분기점(BEP)에 크게 못 미친 정제마진까지 겹쳐 정유업계가 적자 혹은 이익 감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 상황이었다.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비용과 운반비 등을 뺀 정제마진은 정유사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 배럴당 4달러가 BEP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연초 10년간 최저 수준인 1달러대에 그쳤고 2분기에도 회복은 커녕 BEP를 밑돌았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오히려 제품을 팔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돌았고 하루 앞서 2분기 실적을 공시한 경쟁사 S-OIL은 905억원 영업손실을 봐야 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최고 수준인 40.6%의 고도화율로 적자를 피하고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값싼 중질유를 재처리해 보다 비싼 휘발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최대한 확보한 덕분에 충격을 덜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을 영위하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어난 247억원의 영업익을 올렸고 현대오씨아이도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한 70억원의 이익으로 힘을 보탰다.
회사측은 "정제마진이 최악인 상황에서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왔던 고도화 설비 확충과 원유도입 다변화를 통한 원가절감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이달 중순부터 정제마진이 BEP를 넘어선 가운데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최근 혼합자일렌 공장 증설작업을 마무리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하반기 역내 정유공장 정기보수와 휘발유 수요 증가, 국제해사기구(IMO)2020 황함량 규제에 따른 선박용 경유 수요 증가 등 잇단 호재가 예상돼 정유사업 수익성이 지속 개선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