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中·러, 北 順 도발…韓 둘러싼 동북아 안보 '흔들'
한-미-일 안보 체제 흔드는 中·러 결합…北 미사일 도발 무관치 않은 듯
美, 한-일 갈등 적극 중재 꺼려…볼튼 "갈등 원치 않아" 원칙고수만
'촉진자' 자처한 文대통령, 국제 안보 질서에서 '고립무원' 우려
◆…일본과의 경제 갈등, 중국·러시아의 전투기 독도 상공 무단 침입에 이어 북한이 25일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5월 보도한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북한의 화력타격 훈련 모습. (사진=더 팩트)
최근 일본-중국·러시아-북한(사건 순)의 경제 보복 및 군사 도발이 연달아 터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 외교안보 전략이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남북미 정상이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우리나라를 둘러싼 모든 국가와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됐다.
◆ 日 '경제 보복', 中·러 '무단 영공 침범', 北 '미사일 도발'
일본은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경제 보복을 걸어왔고, 중국·러시아는 지난 23일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범 했으며, 북한은 25일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가 장기전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 강경 대응 방침을 정했고, 중국·러시아에 대해서는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정확한 의도를 파악 중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날 "한미 당국이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전통적 동북아 안보 지형을 고려할 때 인근 국가들의 도발을 개별 사건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안보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더 팩트)
◆ 中·러 신 밀월관계…한-미-일 공조 견고성 테스트
우선 중국과 러시아는 신(新)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한-미-일 공조를 테스트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 중 벌어진 KADIZ 침범에 대해 각각 "진입하지 않았다"와 "실수였다"며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전략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협력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 중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지난 5월에는 산둥성 칭다오(靑島) 앞 서해 수역과 공역에서 '해상연합-2019' 훈련을 펼친 바 있다.
23일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이례적으로 편대비행을 하면서 KADIZ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침범한 것도 미국을 겨냥하는 한편, 갈등 중인 한국과 일본의 민감지역인 독도 영공 침범을 통해 한-미-일 공조를 흔들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은 사건이 있은 직후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러시아 정부에 항의했다. 청와대는 "일본 구역에 대해서만 입장을 내라"고 일침을 가하면서 한일간 갈등이 고조됐다.
한국과 일본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경제 갈등에 중·러 도발에 따른 독도 영유권 문제로 다시 한 번 양국의 간극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 北, 中-러 결속 강화…군사 도발, 이와 무관치 않아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3일 중·러 무단 침입이 있은 날 잠수함 공개 시찰에 이어 이틀 만에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해 온 것도 흐름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하노이 노딜(No Deal)' 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연거푸 만나 정상회담을 하며 북중러 결속을 공고히 해왔다. 한국과 미국의 협상 테이블에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19-2 동맹' 한미 군사연습이 현실화한다면 조미(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사전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었다.
청와대로선 북-중-러의 짜고 치는 듯한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공조를 가동해야 하지만 벌어질대로 벌어진 일본과의 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도 한일 갈등에서 누구 편을 들기도 애매하다는 의중을 비췄다.
24일 한국을 방문한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한일간 갈등이 더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만 말한 대목에서 미국이 한일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촉진자'로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 아래 나머지 국가들에게 개별 설득을 진행해온 문 대통령의 전략은 국제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순진한 접근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28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입장하고 있다. 일본은 당시 문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을 일정 상의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사진=더 팩트)
◆ 文, '개별 설득' 정상외교에 돌아온 답
지난달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시 주석과 각각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요한 협력을 당부했으나 돌아온 것은 중·러의 합동 군사훈련 과정에서의 독도 영공 침범이었다.
당시 일본은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요청을 일정상 이유로 거부했다. 미국은 한일 갈등을 관망하고 있으며, 북한은 해오던 대로 '도발 후 협상' 스탠스를 반복하고 있어 모든 상황이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 전략에 부담을 주는 형국이다.
3차 북미 정상회담 가교역할을 하려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당분간 개별 사태 수습에 매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 상황에 대해 학계 한 전문가는 "북·중·러 구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리가 느슨한 한·미·일 구조, 특히 안보 측면에서 한·일 간의 고리 복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