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볼턴 방한 목적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백악관, 분담금 액수는 조정불가" 입장..."트럼프 의지 강해"
WTO 개도국 특혜 제외 지시 이어, 분담금 증액 압박...동맹관계 흔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3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 주요인사와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차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한국에 요구할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현재보다 5배나 많은 50억 달러(약 5조9천억원)로 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3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워싱턴의 외교·안보 소식통은 미 정부 관계자의 전언으로 "방위비 분담금 총액과 관련해 백악관에서 내부적으로 50억 달러를 잠정적으로 마련했다"며 "국무부에서 개발한 '새로운 계산법'에 따른 것이고 '액수는 조정 불가(non negotiable)'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 연설에서 "우리가 50억 달러를 주고 방어하는 부자 나라가 있다. 그 나라는 5억 달러만 낸다. 그 국가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전화 한 통으로 올해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10차 분담금 협정 가서명 이틀 후인 지난 2월 12일 백악관에서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는 주장의 반복이었다. 따라서 50억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해당 액수를 구체화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중앙>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방한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우리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 방한의 주목적은 중동 호르무즈 해헙 동참 요구도, 한·일 관계 개선도 아닌 방위비 분담금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중앙>은 볼턴 보좌관이 지난 24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 국내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은 우리 측과의 만남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하면서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우리가 이 정도로 생각하니 여기에 최대한 맞춰 달라는 뉘앙스였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 당국자는 "볼턴 보좌관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면서도 "정확한 수치나 액수를 거론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은 아울러 미국 정부 내부적으로 마련한 50억 달러는 올해 2월 타결된 제10차 SMA의 1조389억원(전년도 대비 8.2% 인상)의 다섯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 측이 협상 개시 전 '기선 제압' 차원에서 최대치를 정했을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볼 때 실질적인 압박이 될 수도 있다. 지난 협정에서 협상 시한을 매년으로 정한 만큼 제11차 SMA는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 그러면서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동맹국들을 향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설계자'는 볼턴 보좌관이란 말도 나왔다"며 "이 소식통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볼턴 보좌관 주재로 3∼4주 전부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국무부·국방부 관계자들을 자주 소집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액수가 지나치게 높아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쪽으로 정해졌다는 설명이라고 <중앙>은 전했다.
만일 <중앙>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WTO 개도국 특혜대상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동맹국에 대한 상식이하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가하고 나섬으로써 반일감정에 이어 반미감정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미일 동맹, 삼각공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단) 팬타곤에서 거행된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사열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