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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화의 무역이야기]

무역은 국제정치를 완성하는 도구

조세일보 / 홍재화 필맥스 대표 | 2019.07.31 08:20

정경 분리는 가능한가?
많은 사람들이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말한다. 그런데 경제에서 정치를 분리할 수는 있지만, 정치에서 경제를 분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장사를 하는데 이념은 필요가 없지만, 정치를 하는 데는 경제가 이념보다 더 먼저이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 '경제가 문제야, 이 바보야!'가 정치에서 경제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지금은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이 다른 모든 나라들과 무역을 하는 세상이다.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한두 나라에 불과하다. 나머지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수입하고,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을 수입해서 소비해야 한다. 자국민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모두 생산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 무역량 1위의 국가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불공정한 정부 보조금 제도 등을 통하여 세계의 공장 자리를 꿰어 찼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한 인구 규모는 외국으로부터 상당한 수입을 해야 한다. 수출하는 것도, 수입하는 것도 모두 무기화할 수 있는 나라이다.

또한 실제로 중국은 무역의 무기화를 가장 즐겨하는 나라이다. 이경촉정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대외 정책이 있다. 이경촉정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과 이민촉관(以民促官: 민간교류를 통한 정부 간 관계 촉진)이다. 전쟁으로 치면 성동격서(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와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한국에 대해 실행했던 '사드 경제보복'이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사드보복을 통해서 한국 내 사드배치를 철회하고, 대중국 우호적인 정책을 실행하도록 강요하였다. 사드보복은 2016년 실행되어 한국 화장품 수입의 은밀한 금지, 한국 연예인의 중국 공연 은밀한 금지 등 무역 공격을 했고, 현재까지도 시행되고 있다. 이 조치이전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였지만, 이후 세계에서 중국에 대해 가장 비우호적인 나라로 만들었다. 중국은 한-미-북-중 간의 국제 관계를 사드보복이라는 무역정책을 통해서 풀려고 했었다.

무역과 국제 정치는 상호 작용한다
무역과 국제 정치는 상호 작용을 하며 '자유'와 '풍요'라는 지향점을 갖고 발전해왔다. 이에 대해 자유무역주의자들은 경제적 상호 의존이 민족들 간에 긍정적인 유대를 창조하며 사회들 간에 이익의 조화를 증대한다고 보기 때문에 무역을 평화의 도구로 간주한다. 나아가서 무역은 국가들로 하여금 현상 질서의 유지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게 한다고 한다.

한편 경제적 민족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무역을 유해한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 특화와 상호 의존이 각 국가를 불안정하고 종속적으로 만들며 외부의 발전에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은 정치적 긴장과 경제적 세력의 근원이며 자신의 문제에 대한 사회의 자체적 해결 능력을 제거하는 도구로 간주한다. 이 양대 세력 간의 대결에서 결국 무역을 자유롭게 하는 편이 이겼다. 왜냐하면 무역이란 지구상의 자원을 분업해 최적의 생산 과정을 거쳐 풍요롭게 소비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역은 국제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만, 거꾸로 국제 정치도 국제 무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역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지만, 국제 정치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직접적이며 눈에 보이는 손에 의해서이다. 정치란 국민들을 잘 먹여 살리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를 확장하면 무역이 국제정치와 따로 놀았던 적은 없다.

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무역은 다 국가에서 관리했다. 그렇지 않고 개인적으로 몰래했다가는 국가의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국가가 관리하는 무역은 순전히 그 나라와의 관계에 의해 커지거나 작아졌다. 정치 지도자의 입자에서 보면 국제간의 무역은 권력구조나 국내 경제제도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통치 수단의 하나였다. 이를 보통 무역정책이라고 한다.

무역정책은 정부가 수출입 등 대외 무역거래에 개입하여 그 나라의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기적 목적으로는 관세수입을 높이면서 국제수지 조정 등을 꾀하고, 장기적 목적으로는 산업구조 개선 등 국민 복지향상을 목표로 한다. 무역정책은 수입 관세 및 쿼터 부과 등 무역보호와 수출보조금 지급 등 수출촉진 정책이 있다. 이중에서 선진국은 보통 수입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 무역보호를 중점을 두고 개발도상국은 수출촉진에 중점을 두고 무역정책을 시행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 간의 무역이 국제 경제이론인 비교우위론처럼 깔끔하게 양 국이 모두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무역은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국내의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거래 상대국의 정치.경제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제3국간의 관계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일방적인 무역 무기화
무역 무기화, 즉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쪽은 늘 강대국,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적은 나라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실행한다. 그 사례로 보면 미국의 대이란 원유 수출금지, 대중국 기술 수출 금지 및 수입 관세 부과 등이다.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가 그렇다. 미중간의 무역전쟁도 실상을 보고 경제적 대국이 소국과 벌이는 일방적인 전쟁이다.

군사전쟁이야 베트남전처럼 두 나라가 얼굴을 보며 맞붙어 싸워야 하고, 약소국이라도 게릴라전과 같은 비정규전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무역전쟁에서 게릴라전은 없다. 상품을 팔고 사면서 절대적으로 대체불가능한 상품은 없다. 시장에서 한 제품이 독점적으로 모든 소비자의 구미를 맞추어 간 적은 없다. 제품 출시기에 잠시 독점은 가능하지만, 길지 않은 어느 순간에 더 좋고 저렴한 경쟁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쪽은 시장을 가지고 있거나 유통경로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사드보복시 한국이 중국에 이렇다할 역공격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규모, 그리고 한국 화장품을 대신하는 자국산 화장품 애용운동, 한국산 자동차 불매하고 자국 브랜드 자동차 구매 운동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고전하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에 대하여 결정적인 역공격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생산을 대신할 베트남, 태국, 에티오피아 등의 대체 생산기지가 있고, 그에 따라 대체 상품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역의 정치도구화가 항상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미소 냉전시대에 한국은 미국과 서방 자유세계 내에서의 무역에 힘입어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발전했기 때문이다. 남북한 관계도 경색된 군사적 대체에서 유연한 교류를 시작하게 된 것도 남북한 간의 교역이었다. 남북교역은 상호 발전과 이익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하였고, 10년 넘게 지속되었다. 그러나 남북교역은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해서 정치적 갈등으로 인하여 끝이 났다.

거시는 미시를 지배한다고 했다. 국제 정치를 하면서 무역의 세세한 부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 무역을 하는 무역상들은 늘 국제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고, 환율이 어떻게 변하며, 군사정책의 대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아야 한다. 요즘 같이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데 중국에 투자하거나, 이란과 미국이 핵무기로 갈등하는데 수출을 했다가는 본전도 못 뽑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무역상은 늘 세계 정치 경제의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 인류를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자기 주머니를 더 사랑하니까.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약력] 중앙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KOTRA 파나마무역관, 홍보부 근무
[저서]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수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순 있다, 해외무역 첫 걸음 당신도 수출 쉽게 할 수 있다 등 다수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rimt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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