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클로의 유통사인 에프알엘코리아와 ABC마트코리아가 제기한 관세 소송이 올해 초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가운데 유니클로와 ABC마트 등 일본 유통기업들이 제기한 관세 소송이 올초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1월 ABC마트코리아가 제기한 관세등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달 뒤에는 대법원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마찬가지로 유니클로의 한국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가 제기한 관세등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출발한 수입화물이 홍콩을 경유해 국내로 들어올 경우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아태무역협정·APTA)의 특혜세율을 적용받기 위해선 '통과 선하증권'을 제출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통과선하증권을 받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대체서류로 직접운송을 증빙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통과 선하증권은 아태무역협정의 필수서류로서 운송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데 해운과 육운을 교대로 이용해 운송된 경우 최초의 운송업자가 전구간의 운송에 대해 발행하여 모든 책임을 지는 운송증권을 말한다.
에프알엘코리아와 ABC마트코리아는 중국에서 생산한 의류 등을 홍콩을 경유해 수입했는데 아태무역협정에 따른 세율을 적용해 수입신고를 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
관세청은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관세와 부가세를 부과했고, 하급심 또한 통과 선하증권이 반드시 제출돼야 한다고 본 과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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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통과 선하증권 미제출만으로 특혜관세 배제 볼 수 없어" |
그러나 대법원은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아태무역협정에 따른 특혜관세가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은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통과 선하증권' 이외의 다른 증명서류에 의해 아태무역협정의 요건이 충족됐는지를 심리해 적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아태무역협정에서 직접운송으로 간주하기 위한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에프알엘코리아와 ABC마트코리아의 파기환송심이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으로 환송심에서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지난달 24일 유니클로 제품 배송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 유니클로·ABC마트 관세 소송, '통과 선하증권' 관련 대법원 첫 판례 |
이번 판결은 국내로 수입하는 물품의 직접운송을 간주하기 위한 필수 서류인 '통과 선하증권' 제출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례로 알려졌다.
대형로펌의 관세 전문 A변호사는 "올초 '통과 선하증권'과 관련해 10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며 "약 4년 동안 이어진 소송이고 관세 분야에서는 가장 쟁점이 됐던 사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직접운송 요건에 대해선 다른 서류로 입증이 가능한 부분이 있어 파기환송심에서 다퉈질 여지가 남았다"고 말했다.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의 롯데쇼핑이 각각 51대49의 지분으로 24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이다.
ABC마트 또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BC마트 일본 본사가 ABC마트코리아의 지분을 99.96%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지난달 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관세 보복, 수출규제 등 방법을 찾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