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검색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한일 경제전쟁】

돌아오지 못할 강 건넌 한일경제전쟁 해법은 없을까?

조세일보 / 허헌, 조성준 기자 | 2019.08.06 10:50

【편집자주】지난 2일 일본 각의(閣議·국무회의)가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에서 배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일본 자국의 필요에 의해서 한국을 대상국에 올려놓고는 이제와 안보를 이유로 배제시켜 우리나라는 졸지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일제의 강제 징용·징병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부분도 일본의 자의적 해석의 결과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외교 문제를 이원화해 미래로 나가자는 제안에도 아베 정권은 '문제 근원이 한국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백색국가' 배제가 시행되면 최소 수백개에서 최대 1100여개 품목에서 한국이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일본의 피해도 만만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이미 반격을 시작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가 이뤄지면 일본도 대한(對韓) 수출의 길이 막히게 된다. '되로 주고 말로 막아야' 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번 아베 정권의 조치가 한국 대법원 파결에 대한 대항조치임이 명백한 만큼 국제적 비난도 면하지 못하게 된다. 일본 국내에서도 아베 정권의 이번 조치가 '매우 잘못된 것으로 아베가 무덤을 팠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일본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불사항쟁의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조세일보는 일본 경제보복의 근원적 이유와 백색국가 배제 시행의 여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 등을 짚어봤다.
------------------------------------------------------------------------

격화된 한일 분쟁 (사진=연합뉴스)

◆…격화된 한일 분쟁 (사진=연합뉴스)

일제 강제 징용·징병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할 때마다 일본은 '(1965년)한일 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마무리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당시의 협정 추진이 성급했다는 비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일 협정'으로 국가간 배상 문제는 일부 정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개인적 청구권은 해소되지 않았기에 일본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대법원은 2012년 5월24일 판결(제6항)에서 '청구권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원고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2018년 10월 30일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최종 원고승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1997년 일본에서 첫 소송이 시작된 지 21년, 국내에서는 2005년 2월 소송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원고승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판결 당시 원고 4명 중 3명은 이미 사망했다.

판결 내용 중 가장 주목할 대목은 1965년 한일협정의 배상청구권 소멸 주장을 우리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문제까지 모두 해결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일본은 즉각 우리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한 후 이에 대한 대항조치로 지난 7월 초 한국의 반도체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 한일은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다"면서 "35년가량 지속된 역사고 그 역사 때문에 양국이 새로운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한일 기본 협정을 체결했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22일 NHK 가 중계한 일본 참의원 선거 관련 기자회견 중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은 한국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의 주장에 따르면, 수출관리는 안보를 목적으로 운용 재검토를 목적으로 한 조치이므로 이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밖에도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양 국가 간의 국제약속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깨뜨린 만큼 우리(일본)로선 (한국이) 먼저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한국이 약속을 위반했다'는 아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의 협상 기록을 일부 공개했다.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문건은 1965년 한국이 일본에 제출한 대일청구요강과 1961년 5월 작성된 의사록(회의록) 2건이다.

일본 정부는 공개한 이 문건들은 자국에 유리한 것만 발췌한 것으로, 먼저 일본이 공개한 의사록에는 한국이 요구한 게 '보상'이라고 되어 있다. 보상은 적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는 것으로 식민지배와 징용이 모두 적법한 것이라는 일본의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반면 2018년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는 의미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위 문서는 일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이후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은 식민지배와 이에 따른 일본제국의 공권력을 동원한 징용은 모두 적법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불법적인 행위(강제동원, 폭행, 인권 침해)에 대한 배상은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1951년부터 총 13년간에 걸친 청구권 협정 교섭 과정에서 일본이 이 문제를 일관되게 주장한 것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의 협상과정에서 총 12억 2000만 달러를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청구권 협정은 3억 달러(무상)로 타결됐다.

우리측 요구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3억 달러만 받은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도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주된 내용이다.

한국의 배상 요구에 대해 일본도 1995년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 등을 통해 식민지배로 한국에 손해와 고통을 입힌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국가간의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없앨 수 없다는 것은 국제인권법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허헌 기자>

日 수출규제품목 1112개로 확대 전망…우리 피해 크지만, 日도 부메랑 

日 의존도 90% 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소재 年 2조원 규모
반도체, 피해 크지만 이번 기회에 수입선 다변화, 자체 생산 등 자구책도 마련할 것
우리기업 피해 예상되지만, 공정전환되면 日 기업 피해도 만만찮아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초강경 카드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해 옴으로써 1차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수출규제 여파에 이어 국내 산업계에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의 대한(對韓)수출규제 품목은 1차 수출규제를 가동한 반도체 소재 관련 3개 품목에서 무려 1100여개로 늘어난다. 이 중에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도 48개에 달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기계 등 산업분야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일 일본 각의(閣議)의 한국에 대한

◆…2일 일본 각의(閣議)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배제 결정을 발표하는 스가 요시히데 日 관방장관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 '화이트리스트 삭제에 따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영향'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 의존도가 90% 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 소재 규모는 각각 12억97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3억25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총 2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직격탄을 받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장비별 일본 의존도가 70~100%에 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기계연마(CMP) 장비는 일본 비중이 88.3%, 포토레지스트 Baker, 이송 장비, 퍼니스(Furnace), 세정 장비, 습식각기 등은 93.0% 이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턴 형성 장비·기타 건식각기는 100%였다.

분야 별로는 디스플레이 분야가 82.9%로 반도체 분야의 32%보다 일본 제품 의존도가 높으나 피해는 반도체 분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백색국가 배제로 수출규제 추가 품목에 실리콘웨이퍼나 반도체 제조 소재가 포함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작년 기준 한국이 수입한 실리콘웨이퍼(반도체 기판)의 일본 의존률은 52.8%, 레지스트(감광액) 도포 장비는 무려 98.7%로 사실상 전량 수입 수준이다.

이미 3개 원료 수출규제 조치를 경험한 반도체 업계는 수입처 다변화 및 자체생산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일본 나선 삼성.SK…국산 시험하고 중국산 조달 (CG)

◆…탈일본 나선 삼성.SK…국산 시험하고 중국산 조달 (CG)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현재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일본산 부품의 90일치 재고 확보를 요청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을 가동 중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산을 포함해 중국과 대만산 불화수소 테스트에 돌입한 것으도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또 일본 의존률이 80~90%인 반도체 장비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공장 건설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미래 성장에도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재와 달리 장비의 경우 국내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상당 수 있다는 점이다. CMP는 국내업체 중 케이씨텍이 2014년 국산화에 성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납품했다. 최근에는 세정기 국산화에 착수하고 있다. 선익시스템은 OLED 증착 장비를 국산화해 2016~2017년 LG디스플레이의 6세대 OLED 생산라인인 E5에 공급했다.

하지만 일본 제품과 기술력의 차이가 여전해 이미 국산화가 됐지만 일본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 쓰지 않는 장비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국산화는 개발·생산뿐만 아니라 기능 검증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반도체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라며 "국산은 일본제보다 수율이 낮아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사용을 꺼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반도체 업계만큼은 아니지만 전체 수입 장비 중 82.9%가 일본산이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의 2차 제재의 주요 타깃인 배터리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색국가 배제로 일본 내 수출규제가 강화될 경우 피해를 입고 있는 한국 업체 중 삼성전자난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상황 극복이 가능할 것이지만 영향을 받는 중견,중소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1차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수출 규제로 타격을 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독일, 대만, 중국 등 국가로 수입선을 다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일본으로서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즉,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공정이 다양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한번 공정에 투입된 소재나 부품을 바꿀려고 하면 시간과 돈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공정 전환이 되면 다시 소재나 부품을 교체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번 아베 정부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일본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도 이번 아베 정부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결정이 오히려 일본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성준 기자>

日 경제보복을 바라보는 한·일 전문가의 시각

日 의존도 90% 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소재 年 2조원 규모
반도체, 피해 크지만 이번 기회에 수입선 다변화, 자체 생산 등 자구책도 마련할 것
우리기업 피해 예상되지만, 공정전환되면 日 기업 피해도 만만찮아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일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보복과 관련, "일본 경제가 지금 정상적인 경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

◆…최배근 건국대 교수
최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일본의 대한 경제보복과 관련, "조금만 버티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방송캡처)

최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대담에서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난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사태가 터지면서 결정타를 먹게 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2011년 이전 무역수지 흑자국가를 유지해 오던 일본이 이후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제는 물론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며 "여기서 아베가 주장해 오던 보통국가 주장을 접게 되면 자민당이나 일본 사회가 멘붕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지금 빠져나갈 명분 쌓기를 하는 거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일본은 가미가제식 공격을 하고 있는 데 그 결과는 뻔하다"며 "한국이 수입다변화 또는 국산화를 하게 되면 일본은 주요 고객을 잃어 버리게 되어 역시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색국가 배제를 하면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피해도 있겠지만 일본 제조업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 일본측도 문제가 된다는 해석이다.

한편 과거사 문제는 한일관계이기도 하지만 절반은 우리 국내의 문제니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기호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지난달 10일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 해법'이란 주제로 한겨레신문사와 가진 인터뷰 에서 과거사 문제는 가해자인 일본 쪽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우리도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양 교수는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등 일본의 행태에 대해서는 "뒤에서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단호하게 비판했지만, 한일관계를 푸는 해법에 대해서는 우리 쪽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과거 진보정권의 실용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양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의 직접적인 원인을 '일본이 느끼는 역사 피로감'이라고 분석했다. 즉,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식민지 문제가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봤다.

또 아베 정권의 정치적 포퓰리즘도 작용해 한국 때리기를 통해서 보수우파를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정부의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점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일본 기업도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19일 일본내 전기전자전문지인 EE타임즈 기고문에서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와 유기 EL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장치에서 가급적 빨리 일본을 배제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장치 제조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과의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영향이 단순 사업 기회의 소멸 뿐 아니라 한국의 주요 사업자와 공생하면서 경쟁력을 높여온 소중한 기회도 한꺼번에 잃어 버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규제를 해제해도 때는 늦었다. 한번 망가진 신뢰는 두번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는 무덤을 팠고, 그 대가는 매우 크다"고 아베 정부를 힐난했다.

또 요시자키 다쓰히코(吉崎 達彦) 소지쓰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13일 일본의 경제 전문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무역 전쟁을 벌이면 일본이 절대 유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 미네 요시키(美根慶樹) 전 대사 등 일본 사회지도층 인사 75명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를 '적대적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수출규제 조치 즉각 철회 요구가 성명의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를 향해서도 한국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이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양국 국민을 대립시키려는 것을 그만둬야한다"며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 정부와 냉정한 대화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헌 기자>

한일 경제전쟁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강경대응과 외교적 해법 동시에 찾아야

文대통령, 日각의 발표 직후 긴급국무회의 주재…국론 단합 호소, 대응책 발표
정부, 관계장관 회의 통해 日에 강경 대응…WTO제소 '칼 갈고 있어'
역내국가, 日 경제보복에 대응한 韓 정부 입장 지지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청와대에서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청와대에서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일본이 2일 '백색국가'에서 한국 제외 결정을 발표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등 정부와 국회는 물론 민간에서도 일본의 도발에 강경 대응하는 모양새다.

일본의 필요에 의해 2004년 '백색국가'로 지정된 한국으로서는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 셈이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면서도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실무 차원에서 미·일의 카운터파트와 협상 및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서 발언하는 홍남기 부총리(사진=연합뉴스)

◆…5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서 발언하는 홍남기 부총리(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에 대해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부처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1차적 조치로 "한국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선포다.

문 대통령이 긴급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후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일본에게 있다"고 밝혀 정부로서도 전방위적 차원에서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발표는 일본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분명하게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국론을 결집이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정권의 이번 조치가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향후 남북 평화공조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도 바로 이런 위기감을 방증한다.

결국, 그동안 한일 양국이 충돌한 것은 주로 강제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였는데, 일본의 이번 조치는 한국의 미래성장의 근간을 흔드는, 한마디로 '한국 죽이기'로 인식함에 따라 해방 이후 최악의 한일 갈등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한일 양국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無)개입' 입장에서 개입할 의사를 일부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요청에 "한일 양국이 모두 원한다면 개입할 수 있다"는 조건부 개입 의사를 밝혔지만 그간 구체적인 행동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의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지소미아(GSOMIA) 파기'라는 카드까지 들고 나온다는 점에 한미일 삼각동맹 균열을 우려한 미국이 방향을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방콕 ARF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이에 대한 해결책 모색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등 미국의 적극적 개입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다자회의 결과를 담은 의장성명에는  보유무역주의를 경고하고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등 일본을 겨냥한 내용이 담기는 등 한국 정부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한-메콩 회교장관회의의 의장성명에는 자유무역질서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지지 입장이 적극적으로 표명됐다.

특히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 6항에는 "장관들이 무역 긴장 고조와 이것이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면서 "장관들은 세계 경제를 괴롭히고 다자무역체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보호무역주의와 반세계화의 거세지는 물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강 장관과 우리 대표단의 적극적인 활동 결과가 결국 의장성명들에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도 앞서 2일 긴급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 결정에 대해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이라고 밝히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진 이상,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일본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를 향해서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며 "악순환을 멈추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기회에 우리 산업의 핵심부품·소재 분야 등에서 '일본의존도'를 줄여 향후 일본 리스크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결국 '탈(脫)일본' 하지 않고서는 영원히 경제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확보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경제계가 1차 수출규제 조치가 내려진 후 발 빠르게 대응 조치를 취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대기업들은 수입선 다변화와 자체 개발을 통한 국산화 등 향후 '일본 리스크' 극복 작업에 적극 나섰다.

정부도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 지원하는 내용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키로 했다.

비록 재고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설비 신증설 등 공급 안정화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기는 하나, 기술개발을 위한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노력 강화와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 등 다각적인 예산세제·금융 지원방안, 정치권의 입법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일본 리스크'는 극복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일 경제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조성준 기자>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주요기사

Copyright ⓒ Joseilb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