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한정희 명리학칼럼니스트
<묘한 조화로군>
손주의 이름을 지어 달라며 명을 내놓는 60대 초반쯤 돼 보이는 할머니에 대한 감상이었다. 검은 눈썹에 하얀 머리. 그리고 빨간 입술.
왜? 머리에 물을 들이지 않았을까? 립스틱은 너무 진하게 칠했군. 그런데도 천박해 보이지 않으니... 그래서 조화라고 할 수도 있을 법했다. 사연이 궁금했으나 묻지 않았다.
손주의 명은 기해(己亥) 년, 경오(庚午) 월, 병술(丙戌) 일, 기축(己丑) 시. 대운 4.
<이름은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지어야 제격인데...> 혼잣말처럼 하자, “할아버지는 작년에 갔고 아들은 해외에 있습니다.” 자신이 올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이름은 듣기 좋고 부르기 좋아야 한다지만 물성에 따라야 합니다.
좋은 이름을 갖는 것도 하늘의 뜻이 있어야 함을 헤아려야 하고요. 소금에다 설탕이라고 이름 붙인다고 단맛이 나겠습니까? 사주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이름을 잘 지어도 소용없습니다>
“손주의 사주가 어떻습니까?”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이 좋겠고 폐, 대장 쪽이 약할 수 있으니 건강을 조심해야겠습니다. 나중에 미국이나 중국 북경 쪽에 유학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봉사하는 직업. 예컨대 공무원, 특히 군인, 경찰, 의사, 법관이 돼 봉사하는 자세로 살면 최고지요. 스님, 신부님과 같은 종교인도 잘 맞지만...>
“미국에 가서 직업군인이 되면 어떻겠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이름도 아예 미국 발음으로 어려서부터 그렇게 하실 수 있으면 대박입니다>
“사실은 제 남동생이 미국 삽니다. 혼자 살지 말고 들어오라고 하는데... 손자를 제가 키워야겠습니다.”
명을 적나라하게 풀이해 줄 수 없었다. 오(午) 월 병화(丙火)가 아주 강렬하니 습토와 금수 기운의 조화가 필수다. 월상(月上) 경금(庚金)은 용광로 위에 있으니 쉽게 녹아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버지는 단명하거나 이산가족으로 흩어지기 쉽다.
같이 살면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어머니는 도움이 안 되니 차라리 안 보고 사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다. 같이 살면? 부모가 다친다.
손주가 잉태되면서 할아버지가 저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것도 그런 탓일 듯하다.
<손주에게 도움이 되는 발음은 ㅅ, ㅈ, ㅊ, ㅁ, ㅂ, ㅍ이 우선입니다. 영어는 B, S, C, Z 등이 되겠는 데 아드님 오시면 의논해서 지었으면 합니다>
ㅅ, ㅈ, ㅊ는 금기(金氣), ㅁ, ㅂ, ㅍ은 수기(水氣)에 속한다. 영어는 대체로 금기가 강한데 B, P는 수기다.
손자는 한국에서 잘 못 자라면 사고뭉치가 되기 쉽다. 더욱이 학교 공부에 집착,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면 가출을 일삼고 파출소 출입이 잦을 수 있다.
듣고 걱정할 얘기, 나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생략해야만 했다.
<미국서 잘하면 아주 크게 될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희망적인 얘기를 해줌으로써 잘 살도록 돕는 것이 도리일 듯했다.
한정희 명리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