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국, 법적 조치 준비 중…"인사청문회 사흘동안 하자"
민주, 한국당 뺀 '국민 청문회' 제안에 조국 '화답'
민주, 의혹 확산되자 가짜뉴스·정치공세→유감 표명, 태세 전환
'규명' 아닌 '해명' 위한 그들만의 국민 청문회, 초법적 발상 지적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정치권의 대응도 분주해졌다. (사진=더 팩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재산 문제 및 자녀 진학 특혜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여야는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조국 낙마에 사활을 건 자유한국당에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공세라며 역공에 나섰지만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 내지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정의당도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를 '대형비리마트', '위선과의 대결'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사흘 간 청문회를 열 것을 촉구하며 국세청과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금융당국에 조사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4차회의'에 참석해 "조 후보자의 악행이 하루에도 줄줄이 (단독기사로) 쏟아진다. 온라인에선 '단독'이란 아호(雅號)가 생겨날 정도"라며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죄다 골라서, 말 그대로 대형 비리 마트 수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국(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대책TF 4차회의에 참석해 최교일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태 의원. (사진=연합뉴스)
나 원내대표는 "부모의 탐욕이 빚어낸 딸의 가짜인생 아닌가"라며 "청문회를 3일간 해야 한다. 3일로도 모자란 막장대하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씁쓸한 상황이지만 진실 밝혀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무게는 무거운 것이다.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자유한국당이 가짜뉴스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맞서왔다. 하지만 23일 이해찬 대표가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등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조 후보자 임명을 청와대가 강하게 원하고 있어 여당으로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원사격이 필요하지만 문제를 덮고 가기에는 여론의 반응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표 및 최고위원 취임1주년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서 조 후보자의 논란에 대해 굉장히 속상해하시고 걱정도 많이 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정말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3일 전 조 후보자에게 훨씬 더 진솔한 마음으로 모든 사안에 임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고 했다. "며 "자초지종을 소상하게 한 점 의혹 남김없이 밝혀서 국민들의 판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자유한국당이 '가짜뉴스' 소스가 되는 왜곡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거나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한국당의 정치공세라는 당 입장과 판이하게 달라진 양상이다.
◆…송기헌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희 의원, 송기헌 간사, 김종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이같은 태세전환은 조 후보자 의혹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및 정당 지지도에 직격탄을 가져다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갤럽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전보다 2%p 하락한 45%로, 부정 평가(49%)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14주만이다.
같은날 공개된 민주당 지지율 역시 전주와 같은 41%였지만 한국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3%p 올라 21%로 양당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확인.)
민주당은 조국 의혹에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지지율 하락으로 확인된 만큼 대국민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 한국당 공세 방어에 주력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차원에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의 '사흘 청문회' 제안에 불쾌감을 보이며 반대하면서 소위 '국민청문회'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조 후보자도 이날 아침 국민청문회에 참석하겠다고 화답했다.
만약 민주당 의도대로 한국당을 뺀 국민청문회가 실제로 열릴 경우 청와대와 민주당은 헌법상 장관 임용 후보자에 대한 법적 절차인 인사청문회에 우선해 초법적 발상으로 '셀프검증'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젠 조국 후보자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명권자로서 국민 앞에 서야 할 상황"이라며 "기어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면 지명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교육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과정과 사회적 지위에 따른 자원과 기회의 차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면서 "조국 후보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보를 자처해온 기성 정치인들 모두 성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정의당은 인사청문회가 열릴 경우 조 후보자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