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검색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소순무 칼럼]

원천징수의무는 납세자에게 씌울 멍에 아니다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9.08.29 08:20

세법은 납세자에게 본래의 납세의무 이외에 여러 가지의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소득세 등 각종 신고나 세금계산서 등 제출의무 등이다.

날이 갈수록 협력의무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에 대한 가산세, 과태료 등 불이익도 커져 가고 있다. 납세자로서는 일일이 의무이행을 챙기는 일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러한 협력의무가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협력의무 중 납세자가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원천징수의무이다.

원천징수는 소득자는 따로 있지만 그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세금을 떼어 국가에 납부하는 제도이다. 근로소득 원천징수가 전형적인 것이다.

봉급을 줄 때 세금을 떼어 납부하는 수고 정도는 사업자가 맡아 달라는 것이 제도의 근거이다. 이 정도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대기업이라면 그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이를 국가로부터 상환받는 제도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세법은 실제 소득 지급 시 떼게 되는 경우는 물론 지급하는 것과 세법상 동일시 되는 경우, 예컨대 소득처분에 따른 소득에 대해서도 징수의무를 부과한다. 이 경우는 뗄 돈이 없으니 그 스스로 납부하고 소득자에 대한 상환불능의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외국기업과의 거래에서 국내원천소득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이다. 거래 종료 후에야 징수처분을 받아 세금만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천징수의무에 대하여 위헌론이 제기되는 것도 납세자에게 과도한 협력의무를 부과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는 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판결이 하나 나왔다.

국내 법인이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있는 호텔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80억 원을 지급하였으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계약금을 몰취당한 사건이 있었다.

세법은 위약금을 지급하는 경우에 원천징수하도록 되어 있다. 과세관청은 그 계약금 몰취 금액이 위약금에 해당하여 원천징수 대상임에도 국내 법인이 이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지 않았다 하여 가산세 포함 162억원을 부과하였다.

대법원은 과세대상인 위약금은 현실적으로 제공한 경우뿐 아니라 계약금이 몰취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하여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현실적으로 원천징수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까지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여 원고 손을 들어 준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원고는 거액이 계약금을 몰취당한 것도 큰 손해인데 그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하여 162억원을 국고에 내라는 것이다.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되어 버린 이 사안에서 원고로서는 어떻게 하면 원천징수해야 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가?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과세권 행사를 납세자에게 협력의무의 명목으로 책임을 전가하여 본래의 책무를 뒤바꾼 것이다.

어떻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징수의무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간단한 수고를 전제로 하여 용인되어 왔던 원천징수가 그 범위를 넓혀가며 벗기 어려운 멍에가 되고 있다.

원천징수 범위의 확대는 위헌적일 수밖에 없다. 대법원 판결이 아쉽다. 과세권 확보는 법원의 책무가 아니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관련기사

Copyright ⓒ Joseilb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