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
이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수여건에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 운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다. 현 세대의 잘못으로 미래세대들이 짊어질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재정혁신(지출구조조정 등)이나 세입기반 확대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중기 재정운용계획(2019~2023년)을 보면 재정적자·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늦추지 못한 모양새다. 재정당국이 재정건전성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국가채무비율 40%를 훌쩍 넘어선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은 이 기간 동안 연평균 6.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2019년 469조6000억원(9.5%)에서 2020년 513조5000억원(9.3%), 2021년 546조8000억원(6.5%), 2022년 575조3000억원(5.2%)에 이어 2023년 604조원에 달하게 된다.
재정수입은 2019~2023년 연평균 3.9%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0년 482조원에서 2021년 505조6000억원, 2022년 529조2000억원에 이어 2023년 554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294조8000억원)보다 줄어든 29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나, 정부는 2021년부터 세수 부진을 탈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회복, 혁신성장 정책 노력 등에 따른 지속된 성장으로 세수도 함께 늘어난다는 '장밋빛' 판단이다.
연평균 3.4% 증가하며 2023년에 33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활력 제고를 뒷받침하기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보다 높게 잡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사실 적극적인 재정 운용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재정난'을 겪어 적재적소 집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수지·국가채무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740조8000억원인 국가채무는 내년 64조7000억원이 더 불어난다.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39.8%까지 오른다.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내년 60조원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2021년은 처음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40%(42.1%, 887조6000억원)를 돌파하고 2023년이 되면 1000조원(1061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때 국가채무 비율은 46.4%까지 치솟는다.
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에서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 고용보험기금 등)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내년 GDP 대비 72조1000억원(–3.6%)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현 추세라면 2023년 –4%대(3.9%)에 근접한다. 그만큼 향후 재정을 풀 여력이 별로 없어지게 된다.
앞서 정부는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대 초반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늘린 재정으로 경제의 하방 요인을 상쇄할 수 있느냐다.
확장적인 재정 기조도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는 생산 가능인구 감소, 소비패턴 변화 등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대외적인 위기요인이 커진 부분도 제약요소다.
한편 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올해 예산안 기준 19.6%에서 내년 19.2%를 유지하다 2023년이 되면 19.4%로 오를 전망이다. 조세부담에 사회보장부담까지 나타내는 국민부담률은 올해 26.8%에서 내년(26.7%) 소폭내려간 뒤 2023년 27.4%까지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