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값싼 수입물품이 해외 명품으로 둔갑돼 SA급(Special A급이라는 의미로 짝퉁 중에는 가장 높은 질을 가진 물품), A급, B급 등 등급까지 매겨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일 뿐이다.
혹자는 관세청이 기업들의 수출입 통관 신속화를 위해 세관문을 너무 많이 열어 젖히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관세청의 생각은 다르다. '문은 열지만 부정무역에 대해서는 철저한 단속으로 불법을 차단해 내고 있다'는 것.
과거 관세청의 단속시스템이 '그물망'식 이었다면, 지금은 정보와 인지, 기획을 통한 선진단속체계로 물류 흐름은 원활화하되 불법에 대한 감시는 감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청은 통관 단계에서 원산지 위반, 탈세기업을 철저히 적발해 내는 것은 물론 이미 국내로 들어왔을 경우에도 끝까지 추적해 잡아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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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관당국에 의해 적발된 밀수 중국산 건고추 |
◆ 정보와 기획으로 다져진 관세청 단속망
지난 5월 중국산 일회용 라이터 5045만개, 시가 90억 7000만원 상당을 말레이시아산으로 위조해 국내로 몰래 들여오는 방법으로 관세 12억 8000만원을 포탈한 3개 조직이 관세청에 적발됐다.
이는 중국 등 10개국에서 생산된 일회용 라이터에 부과되는 덤핑방지관세(65.31%)를 피하기 위해 기본 관세율 8%가 적용되는 말레이시아 산으로 원산지를 허위 표시한 것.
이들은 말레이시아에 서류상의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말레이시아의 원산지 확인절차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 국제 브로커를 통해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 받은 후 홍콩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지능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은 밀수조직이 세관수사에 대비해 사전에 증거를 인멸 또는 폐기함에 따라 수사 및 입건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인터넷 영문 홈페이지 및 말레이시아 상공회의소 직원을 통해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는 등 과학적이고 적극적인 조사기법을 활용해 일망타진하는데 성공했다.
관세청의 조사기법이 정보와 기획, 추적조사로 전문화되고 있는 것.
원산지 위반 케이스는 이런 사건외에도 방콩협정 등에 따라 방글라데시·라오스 등 후진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부여되는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관세청에 적발된 경우도 올해 들어서 1만3000건에 달해 이들에 대해 관세 등 세금 1300억원이 추징됐다.
특히 FTA 체결국가가 최대 50개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한 원재료를 이용해 제조한 수출품을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부터 수입한 원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위장하는 방법을 이용, 관세 등을 불법 환급 받는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세청과 밀수꾼들과의 전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FTA 악용 관세포탈에 대해선 '기습단속'
원산지 위반물품이 국내 산업에 가져다 주는 '타격'은 상당히 크다. 특히 중국산 자동차 부품이 국내 유명 자동차 부품회사 제품으로, 가짜 비아그라가 포장까지 똑같은 정품 비아그라로 둔갑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지의 사실.
이에따라 관세청은 북한산으로 위장한 중국산 농수산물과 일회용 라이터, 미국·일본에서 수입되는 골프채 및 골프용품 등 원산지 위반물품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성윤갑 관세청장은 지난 7월 "자유무역협정(FTA)을 악용해 관세를 불법 환급받거나 세금을 탈루하는 업체에 대해 기습적으로 불시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일선세관에 시달했다.
특히 관세청은 경제 국경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관세청은 특혜관세 제도를 악용한 우회수입과 시장개방을 악용한 지적재산권 위반, 원산지 표시위반 등 불법 무역을 방지하는 공정 무역질서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원산지표시 규정 위반행위를 적발할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도 취한다는게 관세청의 확고한 방침이다.
최근 공·항만 수출입 컨테이너에 도입된 수출입물품의 원산지 및 유통과정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파식별)가 정착될 경우 철저한 세관업무관리가 가능해 지고 제품의 원산지 및 원가를 속여 수입하는 불법사례 방지 체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관간소화 악용' 밀수·저가신고' 끝까지 추적조사
이와 함께 관세청은 통관간소화를 악용한 국제적이고 지능적인 밀수에 대해서도 관련조직, 자금추적 등을 실시해 연계된 조직까지 뿌리째 검거해 내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통관단계에서 수출입화물·화주·선적지 등에 대한 사전분석을 통해 우범화물을 선별, 컨테이너 검색기 등을 활용해 집중 검사를, 우범지역에서 반입되는 여행자휴대품이나 국제우편물에 대해서는 X-Ray 검색이 실시되는 것.
조사단계에서는 지난 6월부터 밀수동향관리시스템을 통해 금괴, 담배, 고추 등 주요 우범품목 14개의 월별 수급량과 국내외 가격차 등을 분석해 수입업체에 대해 기획조사가 벌인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7월까지가 검거된 밀수는 70건, 567억 상당이다.
또 추석, 설 명절 등 특정 품목 밀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농수산축물 등에 대한 기획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관세청이 참여정부들어 기업들의 물류신속화를 위해 세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밀수나 부정무역을 할 수 있는 문도 함께 열어 놓은 것은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