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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순의 상속 톡톡]

절세설계와 기록

조세일보 / 장재순 | 2019.09.04 08:20

"세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강구된 수단과 세법에 반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납세자가 세부담을 줄일 수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1935년 미 연방대법원 판례(Gregory vs. Helvering)의 핵심이다. Tax planning의 정당성을 선언한 최초 판례다.

흔히들 Tax planning을 세무계획, 세무전략, 조세계획 또는 절세전략으로 번역한다. 왠지 뻑뻑하고 공격적인 냄새가 나서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

'절세설계' 정도로 번역함이 어떨까 한다. 어감상 세법에 순응한다는 느낌이 듬뿍 드는 까닭이다.

상속세 절세설계도 생각은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다.

상속세는 사망으로 인한 상속개시를 과세의 결정적 원인으로 한다. 언제 죽을지를 알아야만 의미 있는 설계가 가능해지나,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상속세의 과세원인이 언제 생길지를 하느님만이 알고 있으니, 설계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그 예 하나.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여 받거나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재산종류별로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인 경우로서 용도가 불분명한 금액은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용처 불분명 금액이 상속인에게 증여됐거나 몰래 상속된 것으로 추정, 상속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를 알면 그 1년∼ 2년을 조심하면 되나, 그걸 모르니 조심해야 할 1년과 2년도 모를 수 밖에 없다. 상속세 절세설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속인이 사용처 불분명 금액을 증여∙사전상속 받았다면 억울할 게 없다. 어차피 내야 할 것을 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용처 불분명 자금이 실제 상속인에게 증여∙사전 상속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처 입증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는 대목. 

상속인 본인이 돈을 쓴 경우에도, 몇 달만 지나면 "어, 이걸 어디다 썼지" 하면서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하물며 피상속인이 생전에 써버린 돈의 사용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긴말이 필요하지 않다.

부모가 자기 것을 팔거나 자기 예금을 인출해 쓰는데, 자식들이 왜 그리고 어디에 썼는가를 물어보고 따짐은 우리의 가부장문화에서는 불효 그 자체다.

그 상황에서 부모가 생전에 쓴 돈의 사용처를 사망 이후 스스로 입증해야 할 판이니,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상속세 조사시 사용처 불분명 금액의 입증이 hot issue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의 이유다.

그러나 법은 법이다. 더구나 사용처 불분명 자금의 상속추정조항은 나름대로의 입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에 맞도록 절세를 설계하는 것 외 달리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절세설계라 하니까 거창한 것 같으나 부모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된다.

사용처를 기록해 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거래상대방은 누구며 그와 무슨 계약을 체결하여 얼마를 줬는지를 꼼꼼히 기록해두면 자식이 애먹을 일이 없다.
물려주지 않은 재산에 자식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 불상사는 피해야 할 터.

자식을 편하게 해주고 눈을 감는다는 것, 멋진 절세, 아니 인생마감설계가 아닐까.


장재순 객원칼럼니스트

조세일보 행복상속연구소 연구위원, 조세일보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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