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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행복상속]

사회발전을 이끄는 상속제도는 불가능할까?㊤

조세일보 / 안광복 | 2019.09.04 08:21

세습은 절대악일까?

세습이 언제나 비난 받는 것은 아니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새로운 왕국보다는 왕위가 대대로 이어지는 안정된 나라에서 사는 편이 낫다. 왜 그럴까?

권력교체가 조용히 별 탈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우리네 선거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온갖 흑색선전, 다툼과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권이 안정되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테다.

반면 누가 다스려야 할지가 분명한 왕국에서는 이런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처지가 그럭저럭 괜찮고 후계자 또한 '특별히 포악하거나 무능한 자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권력 승계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인류 역사상 세습 왕조가 가장 널리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정치제도인 까닭은 여기에 있겠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세습은 결코 좋은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정치 분야에 있어 세습은 절대악으로 추방되는 추세다.

경영권이나 재산 상속을 바라보는 눈들도 다르지 않은 듯싶다. 기업을 물려받는 2세 경영인들에게는 온갖 비난과 의혹이 쏟아지지 않던가.

'금수저' 논란에서 보듯 상속에 대한 여론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세상은 능력 있는 자가 검증을 거쳐, 마땅한 권력과 부를 손에 넣어야 공정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이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일까? 그 가운데 벌어질 숱한 혼란과 갈등은 또 어쩌란 말인가?

이유 없이 오래가는 제도는 없다. 세습 권력과 재산 상속이 인류의 '문화'로 이어져 온데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r>g 공식, 자본이 노력보다 낫다

물론 이런 식의 논리는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별로 통하지 않을 듯싶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r>g'라는 유명한 공식을 내세운다.

'r'은 자본수익률, 'g'는 경제 성장률을 뜻한다. 한마디로 피땀 흘리는 노력으로 거두는 수입이 금융과 부동산 등에서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많아지긴 어렵다는 뜻이다.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중 '건물주'가 많은 까닭을 굳이 공들여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노력해도 내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없을 때 사람들은 '혁명'을 꿈꾼다.

세습과 상속은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노력해도 내 삶이 나아질 희망이 없을 만큼 빈부격차가 심해졌다면, 기득권이 '철밥통'이 되어 깨뜨릴 엄두가 나지 않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면, 사람들은 세습과 상속을 죄악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세습과 상속이 지닌 긍정적인 측면을 살려낼 방법은 없을까?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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