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민소득 5만달러, 중산층 비율 70% 달성"
황교안 "우리경제 응급상태...천민사회주의가 대한민국 중독"
민주당 "한국당 민부론, 이명박근혜 정부로의 회귀...재탕 정책"
◆…유엔총회 참석차 2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발하는 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내놓은 '민부론(民富論)'을 놓고 여야는 한바탕 설전을 치렀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한국당과 이전 정부의 '747공약·줄푸세 정책' 과 맥을 같이 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이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한 대립의 각을 세운 것이다.
먼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 경제대전환 보고서 민부론(民富論)'을 전격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국가주도 경제'를 '민간주도 자유시장경제'로 전환, 오는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가구당 연간소득 1억원, 중산층 비율 70%를 달성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민부론'은 영국의 유명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1776년 발표한 '국부론'을 본떠 정리한 것으로 '국가'가 아닌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위한 경제정책 대전환을 담았다. 이 책은 경제학의 대표적인 저서로 처음으로 자본주의를 체계적으로 분석, 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유방임이야말로 국부를 증진시킨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우리 경제가 응급 상태에 빠졌다. 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췄다.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을 때도, 우리 성장률은 홀로 마이너스로 추락했다"며 "문재인 정권의 반시장·반기업 정책을 막아내고 새로운 경제로의 대전환을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심각한 천민 사회주의가 대한민국을 중독시키고 있다. 지금 문재인 정권은 자유와 정의, 공정과 평등의 가치마저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있다"며 "조국 임명 강행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베네수엘라형 사회주의로 변질시키는 문재인 폭정의 결정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민부론'의 목표를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 ▲가구당 연간 소득 1억원 ▲중산층 비율 70% 달성으로 정했고, 이를 위한 실천 전략으로는 ▲경제 활성화 ▲국가가 아닌 국민 중심의 경쟁력 강화 ▲자유로운 노동시장 ▲지속가능한 복지를 내걸었다.
또한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소득주도성장 폐기 ▲규제개혁 ▲양자 통상체제 강화 ▲탈원전 폐기 ▲시장 중심 노동법으로의 전환 ▲노조의 사회적 책임 부과 ▲복지 포퓰리즘 방지 등 20개 항목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당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내용의 영상을 수차례 상영하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실정을 강조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황 대표는 이날 발표장에 가벼운 셔츠에 운동화 차림, 그리고 무선마이크를 이용한 발표를 해 젊은 층을 겨냥한 의도적 모습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날 한국당의 '민부론' 발표는 불과 7개월 앞둔 내년 총선을 겨냥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정책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구체적 실천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동정책면에서의 유연함을 강조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 우선 노동정책' 등 노동조합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과 비현실적인 목표 제시는 아쉬움을 남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민부론'을 내세운 것과 관련, "'실현 가능성은 알 바 아니고, 그냥 사람들 관심만 끌면 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공약과 판박이"라고 힐난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의 발표 후 즉각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정부의 과보호에서 벗어나 자유경쟁으로 기업과 개인의 활력을 높인다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의 환생"이라고도 비꼬았다.
그는 이어 "747과 줄푸세, 공히 노동과 복지는 제쳐두고 재벌·대기업 중심의 성장 일변도 정책이자 낙수정책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고 과거로의 회귀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황 대표는 머리를 깎은 채 헤드셋을 끼고, 영화배우처럼 등단해 멋지게 프리젠테이션을 했으나 '극장의 우상'을 섬기는 퍼포먼스에 불과했다"고 황 대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담 스미스의 권위에 의존해 새로운 이론과 비전으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결국 과거 '이명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재탕한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며 "두 번이나 연기해 결과가 주목되었던 민부론의 실상, 참으로 아쉽고 민망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