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로 1년간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서울고법에서 26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조직적 관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로 1년의 업무정지 제재를 받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항소심에서 "법인 차원의 조직적 관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안진의 업무정지처분 취소청구 재판에서 안진 측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대해 법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묵인·방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진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1년간 업무정지 제재를 부과받자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1월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안진 소속 회계사들의 형사 재판에도 함께 기소돼 양벌규정에 따라 7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안진 측은 이날 재판에서 "안진이 소속 회계사들의 감사기준 위반과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해 형사처벌을 받은 점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금융위가 주장하는 안진의 조직적 관여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진의 변호인은 "업무정지 1년의 제재가 내려져 안진은 신용과 명예가 손상되고 영업에 대한 직접적이고 엄청난 타격이 생겼다"며 "2016년까지 대형회계법인 매출 순위에서 2위를 유지했는데 업무정지로 인해 지난해 4위까지 추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의 감사를 담당한 것은 한 개의 부서였는데 단지 한 업무팀의 과오만으로 전체 법인의 업무정지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한 개의 팀에서 감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전체 법인에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고 남아나는 회계법인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진 측은 "대우조선의 감사 당시 분식회계를 밝혀내려고 애썼다"고도 했다.
안진 측은 "대우조선과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지적해서 재무제표를 재작성하게 하고 안진은 이에 따라 감사보고서를 재발행했다"며 "그럼에도 대우조선이 조직적으로 감사를 방해해 법인 차원에서 분식회계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금융위 측은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법인 차원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다"며 업무정지처분은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금융위 측은 "감사업무를 대표한 감사팀 이사가 회계기준 위반 행위를 조직 내에서 했다면 조직 차원에서 관여했다는 것이 문리적 해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법인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 요건은 일정 기간 계속해 중대한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며 "대우조선의 분식회계가 2010~2015년까지 장기간 이뤄진 만큼 업무정지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밝혀내려고 했다는 안진 측 주장에 대해서도 금융위 측은 "금감원의 감리가 예상되자 안진은 대우조선에 대응논리를 알려주며 사전에 리허설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안진의 업무정지 기간이 도과해서 소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련 외감 규정이 삭제됐으므로 이 사건은 각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투자자들이 안진과 대우조선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투자자 690여명이 제기한 손배소송은 약 30건으로 소송가액이 11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의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선고는 11월 14일 내려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