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 EY한영 파트너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연일 뜨겁다.
작년 3월 EU집행위원회가 디지털기업의 EU역내 매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일명 디지털세)을 제안한 후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입법화해 미국과 갈등이 격화되더니, 최근에 극적으로 화해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세를 부과하려는 이유는 디지털기업들이 디지털 특성상 수익이 발생하는 국가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고서 소비자와의 직거래, 무형자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고정사업장을 중심으로 과세하는 기존 과세 체계로는 이들 디지털 기업이 올리는 수익에 대해 과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낮은 실효세율을 구현한 글로벌 IT기업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국내에서도 다국적 IT기업이 국내에 고정 서버가 없이 사업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기업에 비해 글로벌 디지털기업의 불공정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과세 체계의 정립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실제로 디지털세는 OECD 주도에서 EU, G20, G7에서 논의되었고 UN에서도 디지털세에 대한 보고서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IT강국인 미국의 반대처럼 국가간 이해관계, 경제구조와 밀접하게 연계돼 공통적 합의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조세부담의 소비자 전이 가능성, 디지털기업의 혁신 저해 등 디지털세에 많은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흐름에 따라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새로운 조세체계 정립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난 7월 미국을 비롯한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지털 과세원칙을 정하고, 2020년까지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 주요 내용은, 단기적으로 디지털 서비스 매출액(revenue)에 일정세율로 과세하되, 장기적으로 디지털경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국가간 과세권(이익) 배분 규칙을 도출하고,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최저한세 등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G7 합의에 따라 점차 디지털세가 확대되는 경우를 대비하며 다음을 제언해 본다.
첫째, 외국에서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경우 현행 법인세 체계에서는 이중과세를 피할 수 없으므로 이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국내 IT기업이 국내에서 국내외 모든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납부하고, 외국에서도 디지털세를 납부하는 경우 이중 과세에 해당하므로 세액공제 혹은 소득제외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고정사업장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디지털세 논의를 바탕으로 보면, 단기적으로 매출액(revenue) 기반에서 장기적으로 소득(profit) 기반 과세체계까지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를 과세하려면 기본적으로 해당국가에 고정사업장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 디지털세 과세방식은 현행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 OECD에서 정의한 '중요한 디지털 실재' 등과 같은 고정사업장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을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이를 조세조약 등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셋째, 국내의 디지털세 도입은 주요국과 추세를 보며 신중해야 하며, 도입 시 면밀한 조세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도 국내의 디지털세 도입여부 등에 대해 국내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여 논의하였고, 기재부에서 표명한 바와 같이 디지털세 도입 시 당장 '미국과의 국제통상 조세분쟁 가능성' 외에도 '외국법인과 차별 없이 부과(WTO 비차별원칙)'에 따라 국내 IT기업이 추가적으로 디지털세를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디지털기업은 완전히 다른 과세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전세계 법인세 과세체계는 물리적 거점이 있는 장소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디지털 환경 하 비즈니스에서는 물리적 거점이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법인세를 부가세처럼 소비지국 중심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은 필연처럼 보이고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