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세무조사 비중을 줄이겠다는 국세청의 의지와 달리, 지방국세청들이 비정기 세무조사 비중을 높게 유지하면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17일 오전 대구정부합동청사에서 열린 대구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와 한국은행 전북본부에서 열린 대전·광주지방국세청에 대한 국감, 이날 오후 부산본부세관에서 열린 부산지방국세청에 대한 국감에서는 비정기 조사 비중 축소와 강력한 체납정리 대책 마련에 대한 의원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대구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무조사가 기업에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고 국세청은 비정기 세무조사를 줄이고 있다"며 "하지만 대구지방국세청은 개인사업자에 대한 비정기 조사 비율이 최근 5년 동안 60~70%나 된다. 국세청이 지난해 45%까지 떨어뜨렸는데 대구지방국세청이 이렇게 높은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권순박 대구지방국세청장이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지방국세청)
권순박 대구지방국세청장은 "매년 비정기 조사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비정기 조사가 많은 것은 탈세제보나 차명계좌 신고가 많이 들어와서 그런 부분을 조사하다보니까 늘어났다"며 "지난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세무조사 유예 지원대책 발표하면서 정기 조사 건수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비정기 조사 비중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박명재 한국당 의원 역시 "지난해 대구지방국세청의 자영업자 세무조사 실적을 보니 강도가 높아졌다. 부과세액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고 건수도 많이 늘어났다"며 "1인당 평균 부과액이 6억20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권 대구지방국세청장은 "특정업체 1~2개가 고액추징을 받아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며 "고액추징을 빼고는 (세무조사 부과세액이)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간편조사 확대를 주문한 것과 관련해 김 대구지방국세청장은 "비정기 조사를 축소하려고 했지만 부족하다"며 "앞으로는 비정기 조사를 축소하고 간편조사는 대폭적으로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지방국세청은 지난 2017년 640건(정기 296건·비정기 344건)의 세무조사를 했으며 부과세액은 2275억원(정기 479억원·비정기 1796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611건(정기 304건·비정기 307건), 부과세액 4260억원(정기 1617억원·비정기 2643억원)의 세무조사 실적을 올렸다.
◆…이동신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이날 열린 국감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른 지방국세청도 유사한 지적을 받았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건수는 2017년 551건에서 2018년 535건으로 소폭 감소했고 가동 법인수 대비 조사비율 또한 2017년 0.58%에서 2018년 0.53%로 감소했지만 부과세액은 2017년 3270억원에서 2018년 3992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500억원 미만의 중소법인의 경우 조사건수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음에도 부과세액이 증가(128.9%)한 것으로 확인되어 세수확보를 위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현 광주지방국세청장이 이날 열린 국감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부터 경제가 나빠진 상황인데, 유독 광주지방국세청의 경우 법인에 대한 비정기세무조사 부과세액이 2017년에 비해 작년에 많이 늘었다"며 "통상 정기조사를 통해 세무조사를 하고 비정기는 강압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작년 광주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 추징세액은 1206억원으로, 정기 세무조사 추징세액(318억원)에 비해 무려 4배나 많았다.
기획재정위원장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업들은 죽고 있는데 두드려 패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광주지방국세청의 법인세수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홍일표 한국당 의원은 "광주청의 세수실적이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며 "이 중에서 법인세가 4495억원 줄었는데, 한전이 적자를 보다보니까 법인세를 못낸 것이 주된 원인이냐"며 "누락된 법인세에 대한 대책이 있냐"고 따졌다.
박석현 광주지방국세청장은 "8월까지 세수가 많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가 유류세 인하였는데, 그것이 끝났기 때문에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건설업 법인도 실적이 좋지 않기에 법인세수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연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이날 열린 국감에서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세청이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증원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대전지방국세청의 경우 세종시 출범이라든지 서산, 천안 등 지역의 산업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인원이 충분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재연 대전지방국세청장은 "대전청 관할 산업지역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저희 인력은 그에 비해 못 미친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계획을 마련해서 세정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도 "광주국세청의 경우 지급가구가 많은 서울국세청에 비해 EITC(근로장려금) 업무 직원 한 명당 담당하는 지급가구 수가 두 배 많아 업무가 가중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