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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행복상속]

상속세 최고세율 50%로 빈부격차 줄일 수 있을까?㊦

조세일보 / 안광복 | 2019.10.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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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율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사회의 복지와 안정을 이루는 정책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 번째는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거두고 개인의 삶을 상당부분 책임지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세금을 많이 낸다. 수입이 많을수록 국가가 더 많이 거두어가기에 소득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만큼 빈부격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도 적다.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는 국가가 책임지기에 개인이 돈을 많이 모아두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씀씀이가 크다. 소비가 많으니 경제가 잘 돌아가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금도 잘 걷히기에 국가가 사람들의 복지와 노후를 확실하게 책임진다.

두 번째는 개인들의 능력을 최대한 펼치도록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아주 열심히 일한다. 세금을 적게 내기에 소득 대부분이 자기 몫이 되는 덕분이다. 자기 몫을 더 챙기려는 경쟁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생산성이 높아지고 나라까지 덩달아 부자가 된다.

소득이 많으니 자녀 양육이 부담되지 않으며, 늙은 후에는 자신이 벌어둔 돈으로 쾌적하게 지낸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국가가 개인의 소득과 재산을 확실하게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둘 중 어디에 해당할까? 이 두 정책 모두를 어설프게 펴다가 모두 실패하고 있지는 않을까?

경제평론가 이원재는 "한 쪽은 수동적인 노인을, 다른 한쪽은 절망하는 노인을 만들어 냈을 뿐"이라며 한숨을 쉰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상속세 최고 세율 50%를 유지하는 우리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만약 나와 가족의 미래를 확실하게 책임지는 국가라면 재산의 절반을 국가에 바치라 해도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나와 자손의 미래를 지켜 주리라 확신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비리나 야료 없이 복지정책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리라는 믿음도 그다지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세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모습은 이상하지 않다.

상속은 상식적인 제도가 아니다?

하지만 상속은 우리의 생각만큼 '상식'적인 제도는 아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권력의 세습을 당연하게 여기곤 했다.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자연현상처럼 당연하게 여겼고, 왕의 아들이 자리를 이어받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자들도 거의 없었다.

반면, 현대 사회는 권력 세습을 매우 야만적이고 옳지 않게 여긴다. 지금의 상식에 따르면 권력 있는 자리에는 당연히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능력 있는 자가 앉아야 한다.

그렇다면 재산의 상속은 어떨까?

아마도 지금같이 평등에 방점을 둔 정치 개혁 노력이 계속된다면, 오래지 않은 미래에 재산상속이 권력 세습만큼이나 이상하게 여겨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상속세 최고 세율 50%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상속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제도 가운데 하나다. 세상에 이유 없이 오래가는 것은 없다. 상속을 비롯하여 개인의 재산권을 모두 없애려 했던 사회주의의 실험은 이미 지난 세기에 실패했다.

사회 유지와 발전을 위해 재산을 물려주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가 있기에 상속 제도가 그토록 오래도록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상속의 이유와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속세 문제를 논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철학의 역사에는 소유권이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현재 재산권의 뿌리가 되는 존 로크의 소유권 사상부터 살펴보려 한다. 논의 가운데 상속세율 논쟁에 대한 바람직한 결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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