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및 남북고위급회담 제의 필요"
임을출 "금강산관광, 남북관계·북미 비핵화 협상 연관···반전 기회 만들어야"
정성장 "5.24 조치해제 등 남북교류 제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필요"
북한이 '금강산내 남측 시설 철거'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그 이행 절차로 '문서 교환' 방식으로 논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25일 우리측에 보내왔다. 이는 개성남북연락사무소를 두고도 직접 대면 접촉을 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및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제의', '지금의 접촉, 대화 계기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이날 '금강산내 남측 시설 철거'와 관련, "북한에게는 민족균형발전을, 미국에게는 남북관계 특수성에 토대한 우리의 자율성과 비핵 촉진제로, 국민에게는 평화경제론을 설명하면서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및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제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북한은 남측에 대한 불신과 섭섭함이 크고,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조하면서 남북대화의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중국은 대북생명줄을 쥐고 미중패권경쟁의 완충지역으로서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현 단계의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의 환경과 여건은 녹록치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 하에서 주변국가의 선의와 북미대화의 성과만 쳐다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오바마행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은 통일부와 현대아산 앞으로 금강산의 우리측 시설물에 대한 철거를 사실화하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풍부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역할과 미국의 선(先)남북대화 후(後)북미정상회담 구도로 전환시키기 위해 대중 대미 특사파견도 검토되어야 한다"며 "우리의 노력과 지혜가 현실화된다면 남북대화, 북미정상회담, 4자회담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의 비핵평화는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방식의 금강산관광개발을 선언했고,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위한 후속조치를 취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금강산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김정은의 관광 중심의 경제발전전략 수행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서 "금강산개발은 중요한 국정과제임은 분명해 보이고, 그동안 방치해온 것에 대한 불만이 최근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북미협상이 진전되어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이 종합개발계획에 의거해 금강산 투자가 대대적으로 추진될 추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이때는 남한 자본뿐 아니라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미국, 일본 자본 등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금강산 종합개발계획'같은 큰 그림은 엄청난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북한 자신들이 주도하되, 남북협력, 국제협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개발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특히 관광객 유치는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근본적으로 남측 관광객을 외면할 수가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선택할 길은 분명하다"면서 "금강산관광은 단순히 관광사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의 발전을 물론 북미간 비핵화 협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의 접촉, 대화 계기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날 관련 '금강산 내 남한 시설에 대한 철거 협의 문제와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이란 논평을 내고 "김 위원장이 최근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재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북이) 통지문을 보낸 것은 철거 이외의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본부장은 근본 문제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경직된 태도'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광이 대북 제재의 대상은 아니지만 북한에 '대량 현금(bulk cash)'이 들어가는 것을 우려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면서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보장을 조건으로 금강산에 대한 '소규모 관광'부터 먼저 허용함으로써 북한에는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를 보여주고 국제사회에는 관광으로 북한에 '대량 현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런데 그 기회를 놓치고 지금 와서 김정은이 금강산의 남한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갑자기 관광을 승인한다면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는 인상을 대내외에 줄 수 있다"며 "그러므로 지금은 5.24 조치 해제 등 남북교류를 제한하는 조치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정은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 후 남한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로서는 당연히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금강산관광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언제까지나 북한에게 남한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북측 입장에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한국정부는 이산가족면회소를 제외한 남한 시설의 철거에 협조하면서 우리 국민에 대한 신변안전보장을 조건으로 개성과 백두산 등 금강산 이외의 다른 지역에 대한 제한적 관광 허용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일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금강산에 투자한 현대아산을 일정하게 배려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