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징역 3년6월 구형
검찰 "최고 임원으로서 수개월 자료 정리 지시, 엄벌 필요"
김 부사장 "분신인 회사를 위해 일하다 벌어진 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인멸·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재판이 모두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4일 열린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 부사장에게 징역 3년6월을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에게 징역 3년6월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김 부사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다수의 증거를 장기간 인멸해 사안이 중대하다"며 "김 부사장에게 징역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열린 삼성전자 및 삼성바이오 전·현직 임원 8명의 결심 공판에서 이미 김 부사장에게 징역형을 구형했지만 김 부사장이 상을 당해 이날 별도의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김 부사장이 사업지원TF의 바이오를 담당하는 최고 임원으로서 수개월 동안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자료 정리 상황을 관리하고 삭제를 지시해 엄벌이 필요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수사 초기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조사 과정에서 부하 직원을 통해 본인의 책임을 감추고 백 상무 등에게 총대를 메게 해 하급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려 했다"며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하면 중한 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타인의 형사 사건'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은 "피고인은 분식회계 의혹과 입건된 바 없고 수사 당시에도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므로 증거인멸죄와 분식회계 의혹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본안인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선 12월 중으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부사장 측은 "많은 죄를 지었고 삼성바이오 자료를 은닉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타인의 형사 사건과 유리한 양형요소를 충분히 살펴달라"며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부사장의 변호인은 "타인의 형사 사건이 증거인멸과 무관한 경우 침해하는 법익이 거의 없다"며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위반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이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분식회계 의혹의 유·무죄 판단이 불분명하다면 무죄임을 전제로 양형에 참고해달라"면서 "삭제·은닉된 자료 대부분이 복원된 점도 대법원 양형기준상 감형요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사장 또한 "회사를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취지로 최후 진술했다.
김 부사장은 "입사 당시 반도체 입지가 높지 않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1등 위치로 올랐고 밤낮없이 일하며 삼성에 제 인생을 걸었다"며 "그런데 삼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만들어지며 내부 논의에 불과한 자료가 공개되면서 심각한 오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일은 저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생긴 것"이라며 "회계부정이나 불법행위를 덮기 위해 자료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부품전략을 담당하며 이모 재무담당 부사장의 지시를 받아 백모 바이오 담당 상무 등 직원에게 삼성바이오의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부사장의 지시를 받은 백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에피스 양모 상무 및 이모 재경팀장 등 임직원에게 자료를 인멸·은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직원인 안모씨가 삼성바이오 3공장 1층 회의실 바닥에 숨긴 노트북 및 데스크톱 컴퓨터 28대와 1공장 6층 통신실 바닥에 은닉한 18TB(테라바이트)의 구 서버 2대와 54TB의 백업서버를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고, 나머지 임직원들에 대해선 징역 1~3년6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9일 삼성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다만 분식회계 의혹의 기소 여부 등을 고려해 합의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