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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분기 실적분석]

정유업계 이익 반토막… 정제마진 부진에 유가도 흔들 '울상'

조세일보 / 임재윤 기자 | 2019.12.09 09:20

정유 빅4 3분기 합산 영업익 2조8천억…전년대비 51%↓
석유제품 수출량·금액 동반 하락…미·중 무역분쟁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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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년 분기별 정유 빅4 합산 영업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유업계의 경영실적이 정제마진 부진과 유가하락 등 외생변수로 인해 올해 크게 흔들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들이 일괄적으로 투자를 지속하면서 강화 중인 비정유 부문이 어느정도 버텨주고 있지만 국제적인 악재에 정유부문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도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빅4는 상반기 내내 손익분기점(BEP)을 밑돈 정제마진에 시달린데 이어 3분기에는 국제유가 하락기조에 부딪쳤다. 이에 4사 모두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0% 내외로 감소했고 순이익도 60% 이상 후퇴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4분기 3개월 만에 유가가 배럴당 평균 30달러 가량 급락하는 악재로 인해 4사가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뒤로 호실적 회복이 요원한 모습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정유 빅4는 연결기준 3분기 누적 합산 매출액 96조 5738억원, 영업이익 2조 7675억원, 당기순이익 1조 104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매출은 4.6% 줄어드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익 규모는 영업이익이 51.5%, 순이익이 68.2% 감소하며 절반 아래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4사 합산 영업이익이 5조 7095억원으로 호황기를 누렸던 2016년(3분기 누적 5조 6862억원), 2017년(5조 6255억원) 수준을 웃돌았던 만큼 올해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올해에는 과거 정유사들의 실적이 널뛰기 기조를 보이게 만들었던 외부적 요인이 연달아 악재로 작용했다. 상반기의 경우 업계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크게 부진했는데 업계에 의하면 이 기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BEP로 평가되는 배럴당 4달러에 못 미친 바 있다. 이는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운반비 등을 뺀 마진으로 올해는 작년 상반기 6~7달러대의 40~60% 수준을 기록해 정유사들이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수록 손해를 입게 만들었다.

유가흐름도 정유사들에게 불리했던 한 해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말 배럴당 52달러 수준이었던 유가는 1분기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면서 4월 72달러대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재차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5월 평균 63달러에서 3분기에는 59달러 수준의 점진적 하락세가 지속돼 보통 정유사들이 원유를 구입한 뒤 제품으로 판매할 때까지 2~3개월 가량 시차가 발생함에 따라 나타나는 재고평가손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물량 증가세가 6년 만에 꺾였고 수출액도 2016년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대한석유협회 자료에 의하면 올 3분기 업계의 누적 수출물량은 3억 6253만배럴로 동기 기준 2013년 3억 1765만배럴에서 지난해 3억 6553만배럴까지 지속적으로 그려온 우상향 그래프가 내려앉았다. 수출액의 경우 2016년 164억 5600만달러, 2017년 216억 6800만달러, 2018년 297억 2100만달러로 상승세를 탔으나 올해는 전년보다 10.6% 감소한 265억 6000만달러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가 글로벌 경기둔화를 부르면서 국제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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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년 정유 빅4 3분기 누적 영업이익 변화.

SK·GS·S-OIL·현대, 일제히 이익 후퇴…비정유 '희망'

각 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연결기준 전년대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감소율 47.7%, 순이익 감소율 60.0%로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뒤는 현대오일뱅크가 영업이익 50.6%(순이익 67.9% 감소), GS칼텍스가 51.7%(순이익 61.6% 감소), S-OIL이 57.8%(순이익 96.9% 감소)씩 줄어든 순으로 이어졌다. 외형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고 3사가 3~8% 가량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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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년 정유 빅4 3분기 누적 영업실적 증감률.

전통적 주력사업이 크게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시황 속에서 최근 호황기때부터 부단히 투자를 이어온 사업다각화 작업 덕분에 과거와 같은 대대적 어닝쇼크는 피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2014년에는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대에 달했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이상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유사들이 일제히 연간 손실을 낸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389억원으로 전년도보다 73.3% 줄어들고 영업이익률도 1.2%로 휘청거렸으나 비정유 부문에서 전체의 70.8% 비중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며 버텨냈다. 화학사업이 698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60.3% 비중을 차지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고 윤활유도 18.9% 수준인 2189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두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9.5%, 9.1%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지속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배터리 사업도 매출 4653억원, 영업손실 1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2039억원, 영업손실 2068억원에서 외형을 확장하고 적자폭을 줄이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타사 대비 정유 비중이 높은 편인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최고 수준인 40.6%의 고도화율을 보유했으나 악재 영향이 워낙 컸던 탓에 별도기준 매출이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14조 1179억원을 거둬들였으나 영업이익은 2707억원으로 이 기간 62.2% 줄어들었다.

이 같은 정유사업의 부진을 합작법인으로 이뤄진 비정유 자회사들이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현대오일뱅크 지분 60%)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92억원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줄었으나 1분기 63억원부터 3분기 482억원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시현했고 OCI와의 합작법인 현대오씨아이(현대오일뱅크 지분 51%)도 2.5배 뛴 254억원의 이익으로 기여했다.

GS칼텍스도 정유사업의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8% 감소한 4181억원에 머무르며 71%에 달했던 이익비중이 53.3%로 17.7%p 떨어져 부진했다. 그러나 석유화학사업이 지난해보다 13.1% 늘어난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20.5%p 상승한 38.2% 비중을 차지해 정유의 부진을 상쇄해냈다. 이는 폴리프로필렌 공정이 가동률 80%에 생산실적도 10만 7000톤으로 전년 동기 가동률 96%·생산실적 12만 9000톤보다 하락한 상황에서도 일궈낸 실적이다.

S-OIL 역시 석유화학부문의 선방이 가장 돋보였다. 이 부문은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익 23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6% 늘어나 각 사업군 중 유일한 성장세를 내비쳤다. 석유화학의 영업익 비중도 57.2%에 달한다. 윤활부문은 1213억원으로 이익이 41% 정도 줄었으나 10.9%로 비교적 견조한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이와 달리 정유부문은 영업이익 규모가 작년 대비 10분의 1 수준인 543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도 0.4%로 부진이 심화됐다.

4분기에도 정유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아 빨간불이 켜졌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3분기 말 배럴당 7달러대 까지 치솟으며 반등해 정유사 실적개선을 기대케 했으나 지난달 약 18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수요감소와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 시행을 앞두고 예상보다 빨랐던 벙커C유 등 고유황유 마진 둔화 등이 정제마진 급락을 불렀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나마 IMO의 선박유 황함량 0.5% 이하 규제가 값비싼 저유황유 수요를 늘려 마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요소다.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도 60달러 내외 박스권을 형성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정유업계에선 재고평가손익에 급격한 유가 상승보다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말한다. 호황기가 막을 내리고 다시 한 번 정유업계에 혹독한 계절이 찾아온 가운데 정유업계의 사업다각화 노력 결실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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