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 부사장 3명 징역 1년6월~2년 선고
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 임직원 5명 집행유예
법원 "상상할 수 없는 방식 통해 사회적 충격"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부사장 3명이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했다고 판단해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임직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 측은 재판 과정에서 증거인멸 행위가 '타인의 형사사건'인 분식회계 의혹과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는 9일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 전·현직 임직원 8명의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 선고 공판에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은닉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의 부품전략담당 김모 부사장과 보안담당 박모 부사장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삼성 수뇌부의 지시를 받아 자료 삭제를 이행하거나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5명에 대해선 집행유예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사업지원 TF 소속인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소속인 서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양모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모 삼성바이오에피스 재경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삼성바이오 소속 보안담당 직원인 안모 대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법원은 집행유예를 받은 5명의 전·현직 임원에게는 8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그룹 차원에서 검찰 수사를 대비해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일체의 자료 정리를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일사불란하게 자료 정리 지시를 내렸다"며 "조직적·대대적으로 증거를 인멸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대담성을 볼 때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 방식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며 "(삼성 측이) 스스로 떳떳하다면 자료를 숨길 것이 아니라 공개해서 해명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인식이나 증거인멸 경위 등을 종합하면 증거인멸 유무죄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수사 개시 가능성 정도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증거인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데 충분하단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 혐의와 상관없이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최종적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증거인멸죄 성립이 본안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삼성 측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해당하는 분식회계에 대한 기소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선 바 있다.
◆…법원은 9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혐의 선고 공판에서 삼성그룹 수뇌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은닉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백 상무와 서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관련한 회계 자료를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혐의(증거인멸등)로 기소됐다.
양 상무와 이 팀장은 백 상무와 서 상무의 지시로 직원들의 컴퓨터 기록을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검사한 혐의(증거위조·증거인멸등)를 받는다.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직원인 안 대리는 공용서버와 저장장치, 노트북 등을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에 묻은 혐의(증거인멸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바이오는 금감원 감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5월경 공장 통신실 바닥을 흡착기로 들어 올리는 방식을 통해 메인·백업 서버 3대를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보안담당 직원인 안 대리가 삼성바이오 3공장 1층 회의실 바닥에 숨긴 노트북 및 데스크톱 컴퓨터 28대와 1공장 6층 통신실 바닥에 은닉한 18TB(테라바이트) 용량의 구 서버 2대와 54TB의 백업서버를 확보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와 보안선진화 TF 등 삼성 수뇌부가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에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컴퓨터 및 휴대전화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삼성 임직원들에게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한편 이날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삼성 임직원 8명 중 이 팀장 등 5명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결심 공판 다음날인 10월29일 이 팀장과 보안담당 안 대리의 보석을 허가하고, 지난달 양 상무와 서 상무·백 상무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