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 1년여만에 132bp 이상 낮아져
저성장·저금리·저물가의 뉴 노멀 시대 또다시 찾아올듯
◆…최근 1년 6개월간 CBOE에서 거래된 미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 지수 변동 추이. 자료=키움증권 제공.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들어갈 태세다. 세계 경제는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징후가 고착화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또다시 찾아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마지막 회의인 지난 12일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그동안의 금리 인하 효과를 좀 더 관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 연준(Fed)은 '상당한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현재로선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일본은행도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금리를 -0.1％로 하고,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연 뒤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현행 -0.50%와 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또 지난달 11월부터 시작된 월 200억 유로 수준의 순자산 매입도 예정대로 계속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ECB가 내년 6월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지난 19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동결키로 결정했다. 영국은 1년 4개월가량 기준금리가 계속 동결되고 있다.
영국 통화정책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에다 최근 영국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란은행이 내년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금리인하에 나서려는 태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신인석 위원은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요구되며 이에 기준금리를 연 1.00%로 0.25%포인트 인하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등 국내에서도 금리인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신 위원은 “현재의 물가 전망을 감안하면 현재의 기준금리가 시사하는 실질금리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실질 중립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에 금리인하 돌풍을 가져온 것은 미 연준의 올해 3번에 걸친 금리인하와 함께 Lite QE(가벼운 양적완화)를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이 금리인하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연준은 지난 10월 11일 만기 12개월 미만의 단기물 국채를 매월 600억 달러 규모씩 2020년 2분기까지 매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연준은 당초 9월 말로 예정됐던 보유자산 축소 종료 시점을 2개월 앞당겨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긴축 정책을 조기 종료했고 보유자산 축소 기간 동안 4조 5000억 달러에 달했던 미 연준의 보유자산은 3조6000억 달러로 줄였다.
미 연준은 Lite QE와 함께 레포(Repo,환매 조건부 채권매매) 시장을 통해 단기자금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 레포운용 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해말 한때 3.24%를 넘어섰으나 올해 12월 20일에는 1.92%로 132bp(1bp=0.01%) 상당 빠진 상태에서 매매되고 있다.
미국 CBOE(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미 10년만기 국채수익률 지수인 TNX 지수는 19.17로 연초에 비해 괄목한 내림세를 나타냈다. TNX는 미 10년물 국채수익률를 기초로한 지수다.
미 연준과 더불어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ECB의 동반 양적완화 정책도 경기 및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금리인하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과 ECB의 완화적 금융 환경은 신흥국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신흥국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달러화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때 외화자금 상환 압력 등에서 벗어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와 함께 ECB 역시 양적완화 정책을 재개함으로써 세계금융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치게 되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