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
"3차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평화구축 위한 가장 중대한 고비 될 것"
"평화는 행동없이 오지 않아...지금 한반도는 '평화 만들기' 한창"
"평화 위한 더 많은 행동 필요...국제사회, 동참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세계 저명인사의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보낸 기고문에서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모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 저명인사의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 구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평화를 함께 만들어갈 상대가 있고, 국제질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의 실무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이루자'는 말을 꺼낸 순간 평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며 "묵묵히 기다려서 평화가 온다면 좋겠지만,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2017년 말까지 한반도는 전쟁을 걱정했지만 한국의 국민들은 평화를 원했고, 저는 베를린에서 북한을 향해 평화메시지를 전했다"며 "이에 호응한 북한이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물꼬가 트였다"고 행동에 따른 결과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지금 한반도는 '평화 만들기'가 한창"이라며 "눈에 보이는 이벤트가 없더라도 수면 아래에서 도도하게 흐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JSA에는 권총 한 자루 남겨놓지 않았고, 비무장지대 초소를 철수하면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평화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더 많은 행동의 필요성에 대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다"며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고,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북미 양국간의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다행인 것은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하고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할 때"라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완화 등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할 동인을 제공해야 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저는 지난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의 세 가지 원칙을 천명했고, 이러한 원칙을 기초로 국제사회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를 제안했다"면서 "유엔 기구를 비롯하여 국제기구가 비무장지대에 자리 잡게 된다면 한반도에서 안전보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안전을 제도와 현실로 보장하고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평화체제가 이뤄지고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재차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고요한 상태가 아니다. 다양한 만남과 대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담대한 행동, 평화가 더 좋은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내야 평화는 모습을 드러낸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 했던 간디의 말처럼, 평화의 열망을 간직하면서 떠들썩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여기저기 찬성과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이 모두 평화"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화는 혼자 이룰 수 없다"며 "우리 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더라도,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축구경기와 같고 축구경기장의 시끌벅적함 속에 평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교량국가를 꿈꾼다. 지정학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한반도는 과거 대륙에서도, 해양에서도 변방이었고, 때로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것이 한국이 겪었던 아픈 역사였다"고 소회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렇지만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며 "한반도의 교량 역할은 우리 자신에게도, 동북아와 아세안에게도, 또 세계 전체의 평화적인 질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교량의 역할을 통해 '사람중심 상생번영의 평화공동체'를 이루고자 한다"며 "신북방정책은 대륙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포부이고, 신남방정책은 해양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포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평화를 통해 한국이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라며 "남과 북 사이 끊긴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혜택을 많이 받은 나라"라며 "이제 한국은 발전한 만큼 책임의식을 갖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하고자 한다. 평화경제는 함께 잘사는 세계를 향한 인류의 꿈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동행동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가 호응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대화와 행동이 계속되면 서로를 더 필요로 하게 되고 결국 평화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더 자주 평화를 얘기하고, 평화로 가면서 서로의 생각을 모두 꺼내놓고 이것저것 행동해보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반도에서 국제사회가 조언하며 함께 하면 좋겠다"며 "분단과 분쟁이 낳은 불행을 털어내고 한반도 평화가 인류에게 희망이 되는 그날까지 쉼 없이···"라고 마무리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는 주로 정치경제 분야 유명 인사들의 논평 등을 전하며, 전세계 157개국 508개 언론사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아세안 방문을 계기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한-아세안 협력관계' 관련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번 기고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측이 세계 저명인사들의 2019년 회고 및 2020년 전망을 담은 특집 매거진 발간 계획과 함께 남북관계와 한반도 관련 구상·철학 등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기고를 희망해 옴에 따라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