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괴롭힌 '늑장 세무조사 결과 통지' 없어진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부과제척기간 강화
조세심판관합동회의 안건 상정 절차 '투명화'
-국세기본법-

세무조사 종료 후 시간을 끌면서 납세자에게 결과를 알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끄는 '행정갑질'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조사결과의 일부만 확정이 됐다면 통지해줄 수 있도록 법이 바뀐다.

현행 법은 세무조사 결과 통지는 조사 종료 후 20일 이내로 해야 하지만 국외자료 수집 등 외국 과세기간과의 협의 등을 이유로 조사결과 확정이 늦어지면서 조사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해 초래된 납세자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법 개정이 추진됐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국외자료 수집·제출 또는 상호합의절차 개시를 이유로라 외국 과세기관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거나 기재부 또는 국세청에 세법해석 질의절차 진행 중일 경우 해당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확정 과세액에 대해서는 통지하도록 했다. 

추후 협의가 완료되면 완료일 20일 이내에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법령해석 등이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과세여부를 보다 신중히 판단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조세불복이 줄어들고 과세가 명확한 부분은 세무조사를 종결할 수 있어 납세자의 가산세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고기한이 지나 세금을 신고한 납세자에 대해서도 경정청구와 수정신고가 가능해진다. 

현재는 법정 신고기한까지 신고한 납세자에 대해서만 경정청구와 수정신고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기한 후 신고자는 신고내용에 오류나 탈루를 발견해도 자기시정 할 길이 없어 가산세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데다 납세의무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점을 감안해 법을 개정했다.

원천징수대상자에 대한 경정청구 대상도 확대된다.

현행 법은 근로소득 연말정산, 사업소득 연말정산, 공적연금 연말정산, 퇴직소득 원천징수에 대해서만 경정청구가 가능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분리과세되는 이자·배당·연금·기타소득 원천징수에 대해서도 경정청구가 가능해 진다. 

그동안에는 이자·배당·연금·기타소득 원천징수에 대해선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야만 환급이 가능해 불필요한 소송비용과 환급절차 혼란 등의 불이익이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대한 부과제척기간도 조정된다.

현행법상 상속·증여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며 상증세를 포탈한 경우 15년이다. 명의신탁의 경우 과세관청이 그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부과제척기간이 상증세를 포탈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15년을 적용하고 있어 과세권이 제대로 작동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개정안은 부과제척기간을 '과세관청이 명의신탁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1년'으로 고쳐, 과세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가산세 납세의무 성립시기도 '가산할 국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때'에서 종류별로 납세의무 성립시기를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구체적으로 무신고가산세 및 과소신고·초과환급신고가산세의 경우 법정신고기한이 경과한 때로 납세의무 성립시기를 규정했다.

아울러 납부지연가산세는 법정납부기한 경과 후 1일마다 그 날이 경과하는 때, 납부지연가산세는 납세고지서에 따른 납부기한이 경과하는 때, 원천징수납부 등 불성실가산세는 법정납부기한이 경과한 때로 각각 규정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가산세의 경우 현행 유지된다. 

또한 납세의무가 자동 확정되는 대상에 '납부지연가산세'가 추가된다.

현재는 인지세와 원천징수하는 소득·법인세, 납세조합이 징수하는 소득세, 중간예납하는 법인세는 세액이 자동확정되고 있다. 개정안은 매일 달라지는 가산세액을 매일 납세자에게 송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법을 고쳤다.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수정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수정신고 시 가산세를 감면해주는 폭도 확대된다.

현재는 수정신고 시 과소신고나 초과환급신고 가산세를 감면해주고 있는데,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6개월 이내 수정신고 하면 50%, 6개월~1년 이내 20%, 1~2년 이내 10% 감면해주고 있다.

개정안은 3개월 이내 수정신고를 하면 75%, 3∼6개월 이내 50%, 6개월∼1년 이내 30%, 1년∼1년6개월 이내 20%, 1년6개월∼2년 이내 10%를 감면해준다.

기한 후 신고 시 무신고가산세를 감면해주는 비율 역시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1개월 이내 기한 후 신고 시 50% 감면, 1~6개월 이내 20% 감면에서 1개월 이내 50%, 1∼3개월 이내 30%, 3∼6개월 이내 20% 감면해주는 것으로 바뀐다.   

현재 심사청구인과 심판청구인에 대해서만 지원되는 국선대리인 선임에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인을 추가하는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과세처분 전 단계의 구제제도인 과세전적부심사 청구 역시 이의 신청·심사청구와 같이 국세심사위원회를 통해 심의하기 때문에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인을 국선대리인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법이 바뀌게 됐다. 

국세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국세청장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현재는 심사청구를 받게 되면 국세청장은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결정 주체를 국세청장이 아닌 국세심사위원회로 바꾸면서, 국세청장의 재량권 개입을 차단했다. 심사청구 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다만 국세심사위원회의 의결이 법령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세청장이 구체적인 사유를 적어 서면으로 재심리(1회 한정)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조세심판관합동회의 상정절차도 개선된다.

현재는 조세심판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만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안건을 상정해 의결해 논란이 많았지만 개정안은 이를 조세심판원장과 상임조세심판관 전원이 참여한 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해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