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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증원 논쟁 둘러싼 '동상이몽(同床異夢)'

조세일보 / 이현재 기자 | 2020.01.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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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을 지난해 1000명에서 1100명으로 100명 증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50명을 늘린 이후 2년 연속 증원이다.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증원 문제를 놓고 회계업계 내부에서도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선발인원을 늘려야 된다는 쪽은 '신(新)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인해 회계사 수요가 늘어난 것을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반대 측은 현재 등록된 회계사만으로도 충분한 마당에 무분별한 증원은 오히려 회계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을 열고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을 1100명으로 결정했다. 말 그대로 1100명 이상의 신규 회계사를 올해 내에 배출하겠다는 것.

850명에서 1000명으로 증원된 전년도부터 회계사 선발인원 증원에 반대하던 회계사들은 2년 연속 증원이 확정되자 다시 '증원철회' 피켓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증원에 대한 근거자료를 공개하라며 법적 절차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왜 회계사 수를 늘리나

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은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기존 550명에서 1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외부감사, 세무대리 등에 한정되어 오던 회계사 업무가 재무자문 등에까지 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당시 선발인원 증원은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실무수습 문제를 둘러싸고 신규 회계사들의 반발이 불거진 것이다. 후폭풍이 진정된 이후 2006년까지 선발인원은 1000명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2007년 750명, 2008년 800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특히 2007년부터는 절대평가제가 도입되고 최소선발예정인원이 사전 공고됐다.

2009년~2018년 10년 동안 최소선발인원은 850명으로 유지됐는데, 2019년 1000명으로 증가하더니 올해 다시 1100명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증원 결정에 대해 금융위는 외부감사 대상 회사 수가 향후 4년간 약 4.22~4.8%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 신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라 회계사를 시장에 더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 뿐 아니라 일반기업, 공공기관 등에서도 회계사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9년 3월말 기준 등록 회계사는 총 2만884명. 이 중 본업인 회계감사를 주업으로 하는 '감사인'이라 할 수 있는 회계법인·감사반 소속 회계사 수는 1만2877명(전체 등록 회계사의 61.7%)이다.

금융위는 올해 외부감사 인력 수요가 전녀대비 8.67%(1116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비감사 업무 수요는 22명 증가할 것으로 추정, 총 1138명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최근 3년간 최종인원과 최소예정인원 간의 차이가 평균 42명인 것을 감안해 올해 최소선발인원을 1100명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손병두 자격제도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수험생의 예측가능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매년 선발인원의 급변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시험제도가 시행된지 10년이 더 지난만큼, 시험제도가 시대변화 등에 걸 맞는지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발인원 증원을 반대하는 청년회계사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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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있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인 '공인회계사증원반대모임' 소속 공인회계사들이 금융위의 2020년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증가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금융위의 회계사 최소선발인원 증원 결정에 청년들이 중심이 된 일부 회계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18년 11월 21일 금융위는 2019년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증원결정을 했고 '공인회계사증원반대모임'은 2018년 11월16일(1차), 12월3일(2차), 2019년 1월11일(3차)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정부는 오히려 이 같은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해 또 증원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난 6일 증원반대모임은 다시 증원철회 집회를 실시했다. 

금융위 앞 거리로 쏟아져 나온 증원반대모임은 "이번 결정은 지난 10년 동안 유지된 850명의 선발인원을 단 2년 만에 30% 확대하는 결과로 다른 어떤 전문자격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무분별한 확대 정책"이라며 "무분별한 증가는 숙련된 회계사의 비자발적 이탈을 증가시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회계투명성 제고라는 목표와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증원은 시험합격자의 자질을 떨어뜨려 회계투명성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회계제도 개혁과는 정반대로 다시 퇴보하게 할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기업에 투자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임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투명성을 퇴보시키는 길임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평소 증원에 반대하던 청년공인회계사회도 금융위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다만 이번엔 증원 자체 반대가 아닌 '결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지난 10일 금융위의 회계사 증원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면서 증원의 근거인 연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병찬 청년공인회계사 회장은 "증원 결정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공개되면 적정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내용이 적정하다면 증원이든 감원이든 수용할 수 있지만, 외압이나 조작, 논리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계 관련 정책 결정이라도 이런 식으로 불투명하게 처리된다면 문제를 삼을 것"이라며 "늦으면 2월 행정심판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사전에 보고서 공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은 회계사 '몸값'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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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최 회장은 회계사 증원 보다 감사보조 인력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계사 증원에 대해 현직에 있는 회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특히 회계법인을 운영하는 대표나 임원 입장에선 회계사 선발인원 증원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사 품귀' 현상이 일면서 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는데, 운영자 입장에선 회계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버렸기 때문.

한 중소회계법인 관계자는 "외감법 개정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대형회계법인에서 회계사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고 중소회계법인들도 이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무자들은 좋겠지만 살림을 하는 입장에선 괴롭다. 신규 인력을 대형회계법인에서 독식하는 상황이라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실무자들은 증원이 된다면 자신들의 몸값이 다시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청년공인회계사회나 증원반대모임 등에서는 절차 문제 등 다른 이유를 꼽고 있지만, 결국 자신들의 근무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모처럼 한껏 올라간 실무자들의 몸값을 유지시키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엔 대형회계법인보다 중견·중소회계법인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형회계법인들은 몇년 사이 신규 인원을 싹쓸이함과 동시에 '집토끼' 단속과 외부 직원 영입에도 힘을 기울여 인력난을 해소했지만, 다른 회계법인에 인력을 빼앗긴 중소·중견회계법인들은 도무지 인력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 중소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회계사들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대형회계법인에 머물러 있는 회계사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형회계법인에서 이탈하는 회계사들을 영입해왔던 중소회계법인들이 인력 수급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회계사 선발인원 증원은 대형회계법인보다 중소·중견회계법인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만 한다면 증원이든 감원이든 문제 될 것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중견회계법인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1년에 100여명 안팎으로 늘리고 줄이는 것은 크게 상관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과거 2001년 같이 너무 크게 증원이 되면 회계품질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로 나올 수 있다. 최근 회계법인들은 회계품질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실력있는 이들이 업계에 진출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인회계사회에선 증원 보다 '감사보조 인력'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해 5월 열린 기자 세미나에서 "현재 회계사법은 회계감사에 참여하는 사람을 공인회계사로 한정하는데 감사 보조 인력을 허용하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 보조 인력은 공인회계사 시험 1차 시험 합격자 등 일정한 회계 능력이 증명된 사람으로 제한하면 될 것"이라며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회계 전문인력은 공인회계사뿐 아니라 회사의 경리, 회계담당 등을 포함한다.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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