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변호사의 조정반 지정 거부처분 취소소송 '각하'
세무사법, 4일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여부에 주목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세무사회관.
국세청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조정반 지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각하(소송 요건의 부적법)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한국세무사회가 3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정반은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세무대리인에게 맡길 경우 국세청이 해당 세무사를 지정하는 제도로, 지정 신청은 2명 이상의 세무사·세무법인·회계법인만 가능하다.
앞서 세무사 자격을 갖고 조정반으로 활동해 온 변호사 정모씨는 지난 2013년 갱신을 앞두고 재지정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국세청을 상대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은 당시 과거 법인세법·소득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세무사법 등에 따라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반 구성원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거부사유를 통지했다.
지난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선고 2012두23808)을 근거로 한 1심은 국세청의 거분처분이 위법이라고 했고, 2심 역시 정모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정모 변호사(원고)가 서울지방국세청장(피고)을 상대로 낸 조정반 지정거부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의 소를 각하해 직접 판결(자판)했다.
대법원은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위법성이 지적된 거부처분의 근거조항이 법 개정을 통해 삭제됐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관련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어 소송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까지는 위 법률조항들이 원고(정모 변호사)에게 적용됐으나, 국회가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입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개정시한이 지남으로써 올해 1월 1일부터 위 법률조항들의 효력은 상실됐다"면서 "세무사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반복될 가능성도 없어져 소 이익의 예외적 인정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근거를 들었다.
세무사법 헌법불합치결정 개정시한이 지나면서 해당 법률조항 자체의 효력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변호사는 세무사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조정반 지정을 받을 수 있는 법률 근거가 사라졌다는 해석이다.
헌법재판소도 헌법불합치 결정(2016헌마116)당시 위 대상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케 되면 "2003년 말까지 당시 사법시험에 합격했거나 사법연수생이었던 자와 같이 이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마저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다.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에 환영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3월 법인세 신고납부와 5월의 종합소득세 신고 납부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납세자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기획재정위원회가 의결한 세무사법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를 촉구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세무사법(장부작성대행·성실신고 제외, 1개월 실무이수)은 현재 본회의 표결로 가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4일 오후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위법안(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 심사가 예고되어 있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 세무사법이 상정되어 처리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2월 임시국회 전체 의사일정은 이달 17일까지며 20대 국회 회기가 종료(5월29일)될 경우 세무사법은 자동 폐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