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모든 국민들게 반가운 선물" 반색
민주당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국정농단 망령 되살아나" 질타
총선에 영향미칠 지는 미지수, 민주당은 내심 '역풍' 기대
◆…'박근혜 옥중서신' 공개하는 유영하 변호사 [연합뉴스 제공]
옥중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태극기 부대에게 미래통합당 지지를 호소한 것을 두고 미래통합당은 반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등 범여권 정당들은 '국정농단 반성은 커녕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선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힐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옥중 메시지를 통해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 확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며 태극기 부대들이 통합당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당 지지 메세지에 대해 "역사적 터닝포인트(변곡점)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같은 말씀"이라고 반색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전해져 온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자유민주세력의 필승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반가운 선물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 앞에 결코 분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는 다시 한번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준다.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직후 자유공화당 등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려면 자유우파 세력들이 다 힘을 뭉쳐야 한다는 말씀을 거듭 드렸다"며 "자유우파와 중도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통합이 필요하고 그런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통합공천 가능성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황 대표는 "공천에 통합공천이 있냐"면서 "시스템에 따라 같이 논의하고 진행하는 것 보고 있지 않나. 그런 과정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 승리하기 위한 공천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앞서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전날 박 전 대통령의 결심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감옥에서 의로운 결정을 해주셨다"고 환영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등을 졌던 김무성 의원 역시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우파 보수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크게 환영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대해 경악해 하며,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라고 질타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농단 반성은커녕 국민 분열시키는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선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에게 탄핵당한 대통령이 옥중정치로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는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향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며 '총선 승리로 부흥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유감스럽고 또 유감스러운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황 대표의 발언은 미래통합당이 명실상부하게 도로 새누리당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정치 선언으로 규정한다"며 "국민들 중에 다시 박근혜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통합당이 과거로 회귀했음을 강조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회의에서 "국정농단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비낭했다.
그는 이어 "국민에 대한 사죄와 참회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국가의 명운이 걸린 21대 선거를 앞두고 국정농단 세력을 재규합하라는 정치적 선동을 하고 나섰다"며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라고 박 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조 위의장은 통합당에 대해서도 "황교안 대표와 통합당 주요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애국적 말씀이라면서 총선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개탄스러운 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미래통합당이 '도로 박근혜당'으로 퇴행했음이 명백하게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과거로 퇴행시키는 세력을 엄중히 심판해주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할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생당과 정의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대해 '정신 못차린 정치적 망발', '탄핵이전으로 정치시계 돌리려는 퇴행적 행태'라고 원색비난했다.
민생당은 전날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추종세력을 규합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로 기획된 정치공작성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종국적으로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 쪽으로 몰고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폄훼했다
그는 이어 "자숙하고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정신 못 차리고 정치적 망발을 서슴지 않는 것 보니 죗값을 치르려면 아직 멀었다"며 "이미 박근혜 탄핵은 국민적 심판으로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도 전날 오현주 대변인 브리핑에서 "이제까지 숨죽이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개를 슬그머니 내미는 것을 보니 국회에서 정쟁을 일으키고 발목만 잡는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듯하다"며 "결국 탄핵 이전으로 정치시계를 돌리겠다는 퇴행적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라고 질타했다.
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를 기회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고 하는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들은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낱낱이 확인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그 시절로 돌아가서도 안 되고 돌아갈 수도 없다"고 거듭 비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31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전격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약 3년이 되어 가는 가운데, 4·15 총선을 앞두고 옥중에서 보수 통합을 이룬 미래통합당을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져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통합당이 보수진영을 통합한 정당이라고는 하나 태극기 부대가 주축이 된 자유공화당과는 간극이 있는 상황이고, 보수진영의 국민의당은 물론 호남 3당 통합의 민생당도 여전히 연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호소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내심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골수 보수층의 통합당 결집 효과는 있겠지만 반면 이번 총선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의 외면으로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