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당시 최저점 239.91보다 5.76포인트 밖에 차이 없어
"금융주 투매가 발생하고 있는 현재 은행주 바겐세일 중" 분석도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금융업 지수 변동 추이. 화면 캡처=키움증권
한국거래소의 금융업 지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0%대 금리까지 겹쳐 곤두박질하고 있습니다.
금융업 지수는 18일 245.67로 전일보다 5.10%(13.20포인트) 하락하며 낙폭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1년전인 지난해 3월 450선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한국거래소의 금융업 지수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회사들의 주가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수입니다.
금융업 지수는 지난 2018년 1월 2일 585.70으로 최고점을 보였고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3일에는 239.91로 최저점을 찍은바 있습니다.
18일의 금융업 지수는 금융위기 당시 최저점과 불과 5.76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금융업종은 금융위기 당시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업종의 추락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리인하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저금리 정책에 의한 수익성 압박과 대규모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환경에 처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세계 각국의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돈을 빌려주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50bp(1bp=0.01%) 인하하면서 은행 평균 NIM(순이자마진)이 15bp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 자체가 일부 멈추고 있다는 점에서 현금 흐름이 막힌 기업 및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은행 순익은 12조7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약 8.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가 0%까지 하락할 경우 NIM은 현재 수준에서 약 20bp 하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 등 4대 대형은행의 NIM은 약 1.24~1.47% 수준에 머물 전망입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NIM이 1.67% 수준에 달했습니다. 기준금리가 0%가 된다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NIM이 약 20bp 하락한 1.47%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0% 가정시에도 현재 주가는 내재가치 대비 60~80% 할인된 수준”이라며 “모든 위험 요인을 감안해도 비정상적이며 제로금리 시대를 우려한 주가 폭락은 과도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근 1년간 KB금융지주의 주가 변동 추이. 화면 캡처=키움증권
금융주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주가 폭락하면서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은행의 총자본은 178조원 규모인데 비해 현재의 시가총액은 42조~43조원 규모로 PBR이 약 0.24배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의 금융주 주가는 이론적으로 순자산가치 중 약 130조원이 넘는 잠재손실가능금액을 반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면서 NIM 훼손 우려는 불가피하지만 순이자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세후 62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신용경색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의 주가는 2020년 3월 18일 2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019년 12월 16일 고점 5만800원에 비해 43% 하락한 수준입니다.
KB금융지주의 주가는 2020년 3월 18일 52주 신저가 2만8800원에 비해서는 250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연초인 1월 2일의 4만6550원에 비해서는 38% 하락한 수준입니다.
KB금융지주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 소각이라는 조치를 취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금리인하 폭풍 속에서는 맥을 못추는 상황입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도 KB금융지주와 엇비슷한 처지입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는 이날 52주 신저가인 2만 44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019년 5월 28일 고점 4만 8000원에 비해 49% 하락한 수준입니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이날 2만 12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인 2만 700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월 8일의 고점 3만 9950원에 비해서는 47% 하락한 상태입니다.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이날 7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인 6970원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3월 19일의 고점 1만 5050원에 비해 54% 떨어진 수준입니다.
지방은행인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의 주가는 모두 액면가를 밑돌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과 제주은행도 연일 주가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금융주의 현 주가 수준은 지나친 과매도 국면으로 분명 이성적인 상황이 아니다”면서 “금융주 투매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시점은 은행주 바겐세일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