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뿐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기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비롯해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지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비과세.감면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대에 대해 적지않게 당혹해 하고 있다.
◇ 야당의 반대기류 강해
한나라당은 비과세.감면 축소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감세를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유권자들이 싫어할 비과세.감면 축소에 손들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반대는 이전에 비해 훨씬 강하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세금을 더욱 깎아주는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정부안을 무력화 시키는 강공전략을 쓰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에 대한 세금감면을 담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이례적으로 발의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되고 있다.
윤건영 한나라당의원도 근로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인하하는 정부 개정안에 맞서 자영업자까지 이 공제제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내놓는 등 야당은 반대방향의 개정안을 계속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비과세.감면 축소방안들을 보면 어떤 기준에 의해 정했는지 분명치 않다"면서 "성장잠재력 확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 여당도 흔들린다
조세 비과세.감면 축소에 대해 한나라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의 전열은 흐트러져 있다.
물론, 여당 지도부 차원에서는 소주세.액화천연가스(LNG) 등에 대한 세율 인상과 저출산 목적세 같은 세금 신설을 막는 대신에 일시적 조치로 이뤄졌던 비과세.감면은 원상 회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입장일 뿐 실제적인 분위기는 다르다.
이는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증세에 해당되는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는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개별 의원들은 농민.근로자.중소기업 등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의 이해 관계를 외면할 수 없고 ▲비과세.감면 문제는 8.31부동산종합대책,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등 대형 이슈와는 달리 일치단결해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이 적지 않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축소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여당 내부에서도 적지않은 저항이 생길 것"이라면서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세수를 늘려보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세수에 심각한 차질
정부는 당초에 소주.위스키세율 인상으로 3천200억원, LNG 세율 인상으로 4천600억원을 각각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정치권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비과세.감면 축소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세수확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제도를 균형발전특별세액 감면제도로 전환하면서 서울지역에 대한 혜택을 철회함으로써 1천억원을 건질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여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빠져 있다.
신용카드소득공제율을 축소해 1천800억원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몰 시한에 따라 올해말에 고용증대특별세액 공제제도를 폐지함으로써 1천500억원을 세수로 잡을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반대기류가 만만치 않다.
나머지 9개의 비과세.감면제도 역시 올해말로 종료돼야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기류로 인해 또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세제개편안을 통해 1조1천억원 정도를 증세하려는 정부계획의 상당부분은 거의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대책과 사회안전망대책을 위해 2007∼2009년에 매년 2조5천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고민끝에 저출산 목적세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여당의 즉각적인 반대에 부닥치자 "앞으로 4∼5년간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 비과세.감면 문제 대책은 없나
정부는 정치권을 최대한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정치권의 요구대로 비과세.감면을 조금 더 연장하되 공제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세수를 어느정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쉽지는 않지만 정치권을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라면서 "필요하다면 공제율을 줄이는 방식 등을 통해 세수차질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사실상 정치권에서 `일몰'은 무의미하다"면서 "관련 단체나 지역주민 등의 요구가 들어오면 종료예정 제도를 계속 연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일몰 시한을 맞은 제도를 없애는 것보다는 완전 비과세는 감면으로, 감면은 감면폭 축소 등의 방식으로 절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합의되더라도 세수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