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회계 기준 145조7천억원에 달하는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닻을 올렸다.
14일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경제부처(17-18일).비경제부처(21-22일) 질의와 예산안조정소위 심의(24-28일)을 거쳐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시간표'도 나왔다.
그러나 새해 예산안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 사이에 간극이 너무 넓어 올해 역시 순항을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대대적 감세정책과 보조를 맞춰 8조9천억원의 세출예산 삭감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우리당은 정부 원안에서 한푼도 깎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서는 등 여야간에 가파른 대치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종반전에 접어든 정기국회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여야간의 힘겨루기가 작용하고 있어 예산안 심의의 앞길을 더욱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모두 말로는 새해 예산안의 회기(12월3일)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첫날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야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주고 받았다.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안이 선심성 내지 불요불급한 예산 투성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물고늘어진 반면 우리당은 경기중립적 관점에서 편성된 예산안이라고 반박하면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예산삭감의 근거인 감세정책을 정조준했다.
한나라당 이재창(李在昌) 의원은 "정부는 경기중립적 관점에서 예산을 짰다고 주장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신규사업이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반영돼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선심성 신규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또 사회복지비 증액문제와 관련, "깊은 검토없이 상황론에 근거해 예산을 대폭 늘린 것 같다"며 "이는 결국 국가채무의 급속한 증가로 이어져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열(李相烈) 의원도 "새해 예산안은 세수를 과다계상함으로써 국민부담을 가중시킨 팽창예산이며 성장보다는 분배에 치중한 정치색이 짙은 선심성 예산"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은영(李銀榮) 의원은 한나라당의 감세정책을 겨냥, "정부 계산대로 라면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감세규모 11조원의 58%인 6조9천억원이 상위 20%의 소득계층에게 돌아간다"며 "한나라당의 감세정책이 부자들에게 선물은 되겠지만 서민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선병렬(宣炳烈) 의원은 "한나라당의 감세안과 그에 따른 8조9천억원의 예산삭감 주장은 전형적인 정치공세"라며 "한나라당은 '세금폭탄' 운운하며 정략적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정작 상임위별 예산 심의에서는 거의 원안대로 통과시켰다"고 지적하고 "자신들의 감세안이 인기영합적 '정치적 쇼'임을 입증시켜준 것"이라고 밝혔다.
선 의원은 "근로소득자의 51%만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상황에서 감세나 세금감면을 확대하면 그 혜택이 일부 고소득자에게 집중되고 소비촉진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의 이 같은 신경전은 이달말부터 시작되는 예산안조정소위 심의를 계기로 한층 첨예한 대치양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