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검색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말 많고 탈 많은 '비상임조세심판관' 체질 개선해야"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 2020.04.13 07:19

비상임 조세심판관 30명 중 절반이 '교수' 출신
독립성 훼손 이유 '세무·회계사' 등 조세전문가 배제하고 있지만...
무성의 사건검토, 갑질 논란까지... 비상임 무용론 '솔솔'

조세일보

납세자가 제기한 조세불복(심판청구)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비상임조세심판관(이하 비상임)'들이 적지 않은 잡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비상임 중 상당수가 조세실무 분야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교수' 출신으로 채워져 있는데 특정 직업군 '쏠림현상'은 물론 상식 선에서 벗어난 '갑질' 논란까지 내부적으로 일으키는 등 통제 불능이라는 험악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비상임들의 경우 심판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반해, 부실심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책임소재에서 벗어나 있어 아예 비상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20년 4월 현재 조세심판원 비상임은 30명.

일반직 고위공무원인 상임심판관들과 함께 한 해 처리하는 심판청구 사건의 수는 1442건(지난해 기준) 수준이다. 사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심판관회의 참석자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상임 2명·비상임 2명, 3분의 2 출석 개의)하는 구조로, 상임이든 비상임이든 한 명 한 명의 '입김'이 강하다.

최근 조세심판원이 발간한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명의 비상임 중 15명(50%)이 교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임의 교수 비중은 2017년 70%, 2017년 63%, 2018년 62%로 낮아지는 추세이나 쏠림현상은 여전하다. 

교수 출신 비상임들이 조세 관련 분야를 전공(10년 이상)하며 기획재정부 예규심사위원이나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등을 지낸 풍부한 이력 등을 모두 감안하면 자격요건에 크게 문제되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법을 전공한 교수들이 조세이론적인 측면에서는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이론이 다 반영하지 못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실무측면에선 세무사, 회계사 등 조세를 '업(業)'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 비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러한 논란은 현장·조세실무 경험 측면에서의 상임심판관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공정한 심판결정을 보장한다는 비상임 제도 취지를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교수 외 전직 공무원(9명), 변호사(6명)가 남은 자리를 메우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세무사, 회계사가 비상임심판관 발탁에 배제되는 이유로는 '독립성'이 꼽힌다. 심판원 관계자는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실무적인 업에 종사하기에 임명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심판원이 공개한 통계 자료에선 전직 공무원이라고 표기되어 있을 뿐 자격증을 갖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무사(관세사 포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심판원 내부 출신도 몇몇 있어 '제 식구 챙기기' 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도 받고 있다. 

갑질 논란까지… 비상임 폐지론 고개드는 이유

조세일보

◆…(사진 조세일보DB)

비상임 인선과 관련한 문제 보다 더 큰 문제는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 심판관회의가 열릴 때마다 비상임들이 검토해야 할 사건의 수는 평균적으로 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량은 심판관회의가 열리기 1주일 전 비상임들에게 보내진다.

선결정례가 존재하는 사건도 많지만, 쟁점 외 결정에 영향을 줄 수있는 미묘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검토할 여건이 사실상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심판원 내부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 비상임들은 본업이 따로 있어서 사건에 대한 쟁점 파악만 하고 오지, 조사서 전체를 꼼꼼하게 읽고 오지 않는다.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티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적인 문제가 있으니 이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모든 비상임들이 그런 성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측면에서 '부실심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수 년 전 활동하던 교수 출신 비상임의 눈에 띄는 '무성의' 조사서 검토로 심판결정 전문성 논란까지 촉발됐었다. 이 논란은 비상임 임기를 축소(2회 연임→1회 중임)하는 방향의 규정 개정에 결정적 단초가 됐다. 

1~2년 전부터 심판원 및 세무대리 업계 안팎에서 회자되는 한 비상임의 갑질논란도 여전하다. 

상임심판관들의 '복장지적'을 넘어 심판관회의에서 주심(상임심판관)을 무시한 채 부심의 지위에서 회의를 주도하는 등 폭주나 다름없는 행태로 내부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자격부터 운용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은 비상임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018년 국세행정포럼'에서 비상임들이 심판 결정을 하는데 있어 책임을 갖지 않은 만큼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꺼내든 카드가 1인 '단독심제'를 도입이었다.

100년 이어갈 조세 로드맵 수립이 목표였던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비상임 제도를 폐지하고, 상임심판관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주요기사

Copyrightⓒ 2001~2020 Joseilb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