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t compare an apple to an orange. It will cause a lot of self-esteem issues(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지 마라. 그것은 많은 자부심 문제를 야기(惹起)할 것이다)."- Craig Sheffer
변호사라는 직업과 회계사라는 직업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단순비교는 불가능하다. 서로 본질이 달라서 애초부터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영어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They really are apples and oranges" 이를 의역하면 "그들은 천양지차로 다르다"로 번역된다. 서로 동일한 종류거나 비슷해야만 그 비교가 가능한 것이다.
변호사와 회계사는 근본부터 서로 다른 직종이다. 따라서 이들을 비교하는 것은 Apple과 Orange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회계사는 회계사대로 그 기본업무와 역할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변호사라 하면 먼저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회계사를 말할 때는 그런 것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로 볼 때, 회계사의 그것이 변호사와 동일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론적으로 말하자면 변호사와 회계사는 그저 다른 직업일 뿐이다. 현대사회에서 직업 간의 우위를 따지는 것은 난센스(non-sense)이다. 거기에다 사회적 지위나 권위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
모든 직업은 그저 서로 다를 뿐, 우열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좋고 나쁨(Good or bad) 또는 우수하거나 열등하거나(superior or inferior)의 이슈가 아니라, 오로지 서로가 얼마나 다른가(different)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비교의 시도(試圖)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 직업 간에 예상치 못한 민감한 문제를 표출할 수도 있고, 더구나 자칫하면 전문직의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도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다.
사적 영역에서는 이런 비교분석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적 영역에서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장래의 진로를 놓고 고민을 한다. 특히 학생들이 그렇다. 그들은 직업 간의 장단점을 찾아보고 싶어 한다. 따라서 직업 간의 상호 비교에 관한 사례나 조언을 구한다. 반복하지만, 이와 같은 단순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들의 궁금증이나 질문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이들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이런 의문이 든다.
이에 필자는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어느 예화(例話)를 들려줌으로써 간접적으로 그 궁금증을 좀 풀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아래 두 예화의 진위여부는 보장할 수 없다. 그저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 판단에는 아래 두 예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한 진실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害)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두 직업의 차이점(장단점?)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럼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A군은 소위 서울의 SKY대학 중 한 대학교의 경영학과 학생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법학과목에도 관심이 많고 취미가 있어서 평소 관련 강의도 많이 듣고 있다.
다들 겪는 일이지만 A군도 고학년이 되면서 진로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A군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의 두 가지 진로를 놓고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신은 이 두 분야 모두에 적성과 취미가 맞는다. 그런데 이것이 자기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무시하지 못 할 사정이 하나 있다. 그가 자란 환경이다. 그것은 바로 시골인 고향이다. 시골의 압력을 무조건 무시할 수가 없다. 시골의 부모님이나 일가친척들이 이구동성으로 법조계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A군이 자란 시골에 계신 분들은 판검사나 변호사를 가장 선호한다. 적어도 공무원이 되어야 출세(?)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직 선호도가 아주 강하다. 예부터 무조건 관직을 떠받들던 민초들의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A군의 머리 한 쪽에는 원하든 원하지않든 법조계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A군은 애초부터 판사와 검사직에는 관심이 없다. A군이 법조계를 선택하더라도 변호사의 길을 택하고 싶은 것이다.
왜 그럼 변호사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기의 적성 때문이다.
우선 판사에 대한 생각이다.
-판사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신분의 보장도 받는다. 그러나 지나친 공무원의 행동강령과 윤리 그리고 청렴성이 요구된다.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자기는 앞으로 이런 구속된 삶을 원하지 않는다.
-신문을 보면 소송사건이 날로 폭증하는데도 판사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그들은 낮이나 밤이나 서류에 파묻혀 지내야 하는 것 같다. 자유분방하고 개인적인 삶을 즐기기를 좋아하는 자기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판사들이 일에 그렇게 묻혀 살다보니 사회활동 폭이 제한되고 따라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좁을 것 같다. 업무의 성격상 주로 과거에 갇혀 있어서 급변하는 새로운 세상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것 같다.
-순환보직 때문에 가정을 두고 서울과 지방을 전전해야하니 가정의 안정이 저해될 것 같다.
-판사의 보수도 일반 대기업에 비해 낮아 보인다. 그런 공무원 월급에 평생을 맡기고 싶지 않다.
검사직에 대하여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평생 범죄를 추적하고 범죄자들을 주로 상대하는 어두운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지나친 윤리의식과 청렴이 요구된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상 제약 또는 구속들이 많아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판사와 마찬가지로 폭증하는 사건에 비해 검사의 수가 적어 일에 파묻혀 사는데 보상도 높지 않다. 따라서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은 아차 하는 순간 부정의 유혹에 휘말릴 수도 있다.
-잦은 지방 전근으로 가정의 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은 하되 변호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회의 저녁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거기서 대형 회계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경영학과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업무시간에 고객들과 골프를 치고 막 서울로 올라왔다고 했다. 얼굴을 보니 술이 얼큰히 취해 있었다. 검은 세단에 전속기사가 붙어 있었다.
동창회에서 몇 번 본 그 선배는 항상 한량같이 보였다. 화술도 좋고 매너도 좋았다. 따라서 교유(交遊)의 폭이 매우 넓었다. 머리도 총명한데다 사교성이 대단하여 한 번 만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친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런 성격이 회계법인에서 그에게 남다른 성공을 안겨준 듯했다. 역량이 좋고 활동도 광범위하다보니 일감을 따오는데 그를 따를 사람이 없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승진도 빠르고 보수도 많으며 사회 곳곳에서의 활동의 폭도 넓은 듯했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외국의 대형 국제회계법인들과 member firm을 이루고 있어서 이 선배도 1년 6개월 동안 뉴욕에 파견되기도 했고 또 업무관계로 국제회의나 세미나에 자주 참석한다는 소리도 듣고 있던 참이었다.
A군에게는 회계사 선배의 모습이 꽤 화려해 보였다. 그래서 이왕 만난 김에 변호사와 회계사 두 직업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기로 하였다. 그러자 선배는 자기가 어떻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느냐 면서 잠시 난감해했다. 그러나 자꾸 물으니 자기의 생각을 털어 놓기 시작하였다.(25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