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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세계 각국, 의료과부하 & 지역봉쇄로 다른 전염병마저 속수무책

조세일보 / 강대경 기자 | 2020.04.18 23:19

다른 전염병 막을 의료자원 집어삼켜...한국도 마찬가지
'지나친 봉쇄'가 필요한 의료물품과 의료인 이동 막아
코로나19 방역으로 '업무전환'돼, 기존 방역 방치
팬데믹 동안, 다른 전염병도 다시 많이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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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의사가 결핵에 감염된 4세 아이를 진찰하고 있다. 의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다른 질병과 싸우려는 노력이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가운데, 다른 전염병들에 쓰일 자원과 의료종사자마저도 집어삼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도 정부가 지난 3월 25일부터 전국을 갑작스럽게 봉쇄한 뒤, 43세 여성인 라비나 드소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약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집은 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에 있으나 봉쇄 때문에 외떨어진 작은 도시에 갇혀 있다.

라디나 드소자는 자신의 면역체계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코로나19든 뭐든,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병에 걸릴 겁니다. 다른 사람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고통받고 있을 것"이라고 WP와 인터뷰 하면서 말했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수백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에이즈, 결핵,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들과 싸울 수 있는 기반이 무너져가고 있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말라리아와 소아마비 같은 질병을 없애려고 지난 수십 년간 노력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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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각) 남수단 수도 주바 국제공항에 비행기 착륙 후, 공항 직원들이 방역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아프리카 질병관리본부의 존 응켄가송 박사는 "의료체계가 코로나19에 압도당해 의료물자가 부족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의료서비스도 멈추고 있다. 코로나19가 다른 질병에 투입되어야 할 의료자원마저 집어삼키고 있어 매우 두렵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수단 같이 이미 의료체계가 압도당한 나라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단 국립병원에선 환자들 가운데 소수만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고 긴급하지 않은 진료가 무기한 연기됐으며 숙련된 의사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보내지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전 세계에 펼쳐 지고 있다. WP와 인터뷰한 한국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학의 손호준 교수는 "고도로 발달한 의료체계를 가진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내원하는 결핵 환자도 진료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 자신이 결핵에 걸렸는지 모르는 환자가 300만 명에 이르며 열 개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이 사람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진료를 받지 않는데, 지금과 같이 의료체계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집에 머물러 있다 보니 결핵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에서 2018년 결핵 환자가 2만 6천여 명 발생했고 1,8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정부의 결핵 퇴치 노력에도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여전히 OECD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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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정지하고 있는 인도 트럭들. 인도자동차운송협회에 따르면 하루 이동량이 정상 수준의 10% 미만이다. (사진 연합뉴스)

팬데믹의 영향은 치료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도의 경우 대중교통도 대부분 중단시켜 결핵을 진단하는 의사들이 병원에 갈 수 없다. 인도는 2018년 기준 결핵 환자가 270만 명으로 전 세계 30%를 차지한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마크 비오트 박사는 "지역 봉쇄 때문에 의약품, 보호복과 산소 같은 물자들의 공급이 멈췄다. 모두가 이런 물자들을 구하려고 해 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계 백신 면역 연합에 따르면, 21개국이 국경 폐쇄와 항공 중단으로 백신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소아마비와 홍역 같은 질병에 대한 접종 운동도 연기되고 있어 사라졌던 일부 질병들이 부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역 백신을 제공하는 루벨라 이니셔티브는 24개국에서 접종이 지연되고 있고 1억 2천만 명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빌엔 맬린다 게이츠 재단의 제이 뱅거 박사는 소아마비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에 직접 방문해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하는 방식을 중단하기 어려웠다. 접종 중단이 소아마비를 증가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모기로 전염되는 질병을 막는 프로그램도 방해받고 있다. 스리랑카 뎅기열 통제본부의 아누라 자야세카라 박사는 "2019년에 뎅기열 발생 건수가 2018년보다 2배 늘었다. 모기 서식지를 파괴하는 검역관들이 코로나19 환자를 검사하는 임무를 맡게 돼 일상업무를 못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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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클립아트코리아)

WP는 역사적으로 팬데믹 동안 다른 질병들이 다시 유행했으며 기니에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 보건 접근성이 떨어져 HIV, 결핵,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에볼라를 연구하는 라시드 안수마나 보건 전문의는 "이번 코로나19가 분명히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켄가송 박사는 "많은 나라의 의료체계가 코로나 팬데믹 한가운데 놓여 있어 다른 질병에 대한 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다른 질병들에 대한 지원을 멈춰선 안 된다"고 말하며 "지금, 이 순간이 고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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