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2018~2019년 영업이익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의 대형건설사들의 영업실적이 1년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2018년 잇달아 최대 이익을 경신하며 호조세를 누렸던 건설사의 대부분이 작년에는 기세가 꺾인 성적표를 내놨다. 주택경기 부진에 분양수익이 흔들린데다 수년 만에 회복되는 낌새를 보이던 토목, 플랜트 등 사업군까지 다시 침체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2018~2019년 영업실적 증감률.
이러한 가운데 대림산업은 5년 연속 이익 그래프가 우상향하며 창사 첫 영업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건설업계에선 현대건설과 GS건설에 이은 3번째 기록이다. 외형 축소에도 원가율 개선을 바탕으로 각 사업부문이 고르게 개선되며 업계 톱을 찍었다.
SK건설은 부진을 털고 3배 이상 이익을 끌어올렸다. 2018년 돌발변수가 연이어 겹쳐 경쟁사들이 호실적을 누릴 때 홀로 울상을 지었으나 10년 만에 새 기록을 작성했다. 이밖에 현대건설과 한화건설도 2% 내외의 이익 개선세를 보이며 10% 이상 뒷걸음질친 경쟁사들과 차이를 보였다.
◆…대형건설사 2019년 영업실적.
삼성·현대·대림·GS·대우·포스코·현대ENG·롯데·SK·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건설이 200%가 넘는 영업이익 증가율로 업계 최고의 개선세를 내비쳤다.
SK건설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 7조 8440억원, 영업이익 2710억원, 당기순이익 192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21.9%, 영업이익이 212.6%, 순이익이 177.6% 증가한 것으로 모든 수익지표 증가율이 업계에서 가장 돋보였다. 2010년 2386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도의 부진을 씻어냈고 영업이익률도 1%대에 그쳤던 수준에서 1년 만에 2.2%p 뛰며 3.5%로 개선됐다.
이 회사는 2018년 대규모 프로젝트 중단, 해외사업장 사고 등의 악재로 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익 개선세가 6% 수준에 머물렀으나 4분기 첫 분기 이익 1000억원을 넘기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이에 2015년 8조 7226억원 이후 3년간 지속 감소하던 연간 매출이 지난해 처음 반등했고 여기에 1.1%p의 원가율 개선으로 매출총이익도 전년도보다 42.5% 늘어난 587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의 60% 내외를 담당하는 주력사업인 플랜트가 전년대비 2.2배 가량 늘어난 3421억원의 매출총익을 거뒀고 건축주택 부문도 2592억원으로 같은 기간 7.3% 이익이 증가해 267억원 적자전환된 인프라의 손실을 메우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대림산업, 영업익 1조로 업계 TOP '우뚝'
대림산업은 연결기준 매출액 9조 7001억원, 영업이익 1조 1301억원, 당기순이익 7103 억원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 동기에 비교할 때 매출이 11.7%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33.7%, 순이익이 4.7% 증가하면서 1년 만에 최고 이익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은 4.0%p 상승한 11.7%로 대형사 유일의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80년 만에 영업익 1조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과시한 이 회사는 매출이 감소했지만 원가율이 82.9%로 전년도보다 4.2%p 개선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주택, 토목, 플랜트 등 각 부문별로도 4~12% 가량의 원가율 개선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주택부문의 영업이익이 8275억원으로 전년대비 6.2% 늘어나며 여전한 영향력을 드러냈고 토목도 127.1% 증가한 170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플랜트의 경우 전년도 350억원 손실에서 1336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현대·한화, 원가율 유지로 소폭 개선
현대건설은 지난 2016년 1조 158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뒤 빠진 실적 감소세의 사슬을 3년 만에 끊어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7조 2788억원, 영업이익은 8597억원, 순이익은 57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비교해 매출이 3.3%, 영업이익이 2.3%, 순이익이 7.1% 증가하며 주요 수익지표가 모두 개선된 유이(唯二)한 대형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외형 성장 대비 이익 증가가 다소 미미해 영업이익률은 전년도 5.02%에서 4.98%로 소폭 변동됐다.
전년도와 비슷한 90.0%의 매출원가율이 유지됐지만 판관비가 8662억원으로 5.5% 늘어 이익 개선이 다소 더뎠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개발비와 대손상각비가 각각 415억원, 450억원씩 늘어난 부분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업부문별로는 건축·주택의 매출총이익이 529억원 늘어난 1조 2515억원, 인프라·환경이 787억원 증가한 1032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플랜트·전력부문에서 666억원 줄어든 2686억원에 그쳤다.
한화건설도 소폭이지만 전년도의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 500억원, 영업이익은 2950억원, 당기순이익은 1218억원으로 전년대비 순익만 9.7% 줄고 매출이 6.9%, 영업익이 1.3%씩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7.3%로 0.4%p 떨어졌으나 영업익 규모면에선 최대 기록이다.
이 회사는 외형 확장과 함께 안정적인 원가율을 이어가 판관비 증가에도 이익 개선을 일궈냈다. 판관비가 전년도보다 20.7% 늘어난 2310억원을 기록했으나 매출원가율이 87.0%로 0.3%p 개선됐고 매출총익도 5260억원으로 9.0% 늘어났다.
3분기까지 전년대비 6배 가량의 매출총익 증가율을 보였던 국내 토목부문이 끝내 0.8% 감소로 한 해를 마감하고 해외사업도 21.2% 가량 이익이 줄었으나 국내 건축(개발 포함)이 7.9%, 플랜트가 63.3% 개선돼 전사 이익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8월 신규 주거브랜드 '포레나' 발표 이후 분양 호조세가 이어졌던 부분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ENG·포스코, 주택 선방에도 플랜트 등 발목
4개사를 제외하고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두자릿대 이익 감소율에 울상을 지었다. 전년도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으나 회복세를 보이던 사업군이 재차 침체를 겪은 부분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 8011억원, 영업이익 4081억원, 당기순이익 2985억원의 실적을 공시했다. 전년도 비교 시 매출은 8.2%, 순이익은 7.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10.1%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6.0%로 1.2%p가 빠졌다.
매출이 2017년 6조 2682억원 이후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반대로 영업익은 같은 해 5144억원, 2018년 4537억원 등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매출원가율이 전년도 87.5%에 89.0%로 뛰며 외형 확대에도 매출총이익이 4.8% 감소한데다 판관비도 2.3% 정도 늘어 영업익이 악화됐다.
주택경기 악화에도 건축·주택 부문이 매출과 매출총익 각각 0.4%, 3.9% 감소로 비교적 선방했으나 주력인 화공·전력·인프라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이 부문은 매출이 15.9% 늘었지만 매출총익이 6.8% 줄어든 3908억원에 그치면서 매출총이익률도 2.8p 내려앉았다.
포스코건설도 외형이 회복세 보이는 흐름이지만 이익이 한풀 꺾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 6503억원, 영업이익은 2475억원, 당기순이익은 1727억원으로 전년대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9%, 29.4%씩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이 18.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1%p 하락한 3.2%에 머물렀다.
2015년 8조 8714억원 이후 7조원 초반대에 머물던 연간 매출액이 4년 만에 7조 5000억원대를 넘겼으나 영업이익은 2016년 5000억원대 대규모 적자 이후 반등하던 흐름이 이번에 꺾였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93.2%로 2.1%p 높아지면서 매출 증대에도 매출총익이 17.0% 줄며 몸살을 앓았다. 각 사업군 중에선 건축이 2.9% 늘어난 29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방했지만 플랜트에서 680억원 가량 이익이 줄며 638억원 적자를 기록해 타격을 입었다.
GS건설, 원가율 양호…높은 주택 의존도는 부담
GS건설의 경우 수익지표의 전반적인 하락세를 겪었으나 첫 영업이익 1조클럽에 가입했던 전년도 호황기 대비 기저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10조 4166억원, 영업이익이 7673억원, 당기순이익이 4475억원으로 각각 전년도보다 20.7%, 27.9%, 23.8%씩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7.4%로 같은 기간 0.7%p 하락했다.
반면 매출원가율이 1.0%p 개선된 86.6%를 기록해 수익성 면에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단 평가가 뒤따른다. 판관비가 12.0% 늘어 외형 대비 영업익 감소폭이 다소 컸는데 전년도 최대실적에 대한 성과급 지급 등이 작용해 급여가 80.7% 증가한 영향이다.
사업부문 중 인프라가 다시 80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되고 플랜트도 853억원으로 전년대비 65.0% 이익이 줄어든 점은 아쉽다. 이에 따라 건축·주택 이익 의존도가 75% 수준에서 90%까지 확대됐다.
영업외손실액은 전년도 2294억원에서 지난해 935억원으로 1300억원 가량 적자폭을 줄였다. 다만 3분기까지 435억원 영업외수지 흑자를 유지하다 4분기 기타비용이 늘면서 적자로 돌아서 5000만원 수준의 분기순손실을 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외환차손이 3분기 누적치보다 2배 가량 늘었고 대손상각비도 전년대비 144%, 3분기 누적치대비 128% 증가하며 부담이 커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분기 해외손실 사업장 중재판결 변수가 끝내 발목을 잡으며 매출이 전년대비 3.9% 줄어든 11조 6524억원, 영업이익이 30.2% 감소한 5396억원에 그친 채 한 해를 마감했다. 2015년 3450억원의 대규모 손실 이후 3년 연속 50% 이상 이익이 뛰던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영업이익률도 전년도 6.4%에서 1.8%p 떨어진 4.6%에 머물렀다. 건설부문의 전사 매출 비중은 38% 수준이지만 이익 기여도는 62.3%로 과반을 넘는 만큼 올해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대우, 이익 개선 제동
롯데건설은 지난해 실적을 별도기준 매출액 5조 3068억원, 영업이익 3066억원, 당기순이익 2229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순이익만 31.0% 증가하고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36.4% 줄어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8.3%에서 5.8%로 2.5%p 하락 변동됐다.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원가율은 89.0%로 1.8%p 높아지면서 부담이 늘어 전년도 최대 호황기를 누릴 때까지 4년 동안 이어진 이익 개선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순이익은 영업익 감소에도 영업외수익이 2338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31.9%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롯데타운동탄, 롯데인천개발, 롯데울산개발, 롯데유럽홀딩스 등의 보유주식을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에 매각하는 계열사간 지분거래로 1092억원의 장기투자증권처분이익 등이 발생한 덕분으로 세전이익도 2018년보다 30% 정도 늘어나게 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8조 6519억원, 영업이익 3641억원, 당기순이익 2012억원의 성적표를 내놨다. 전년동기 대비로 매출이 18.4%, 영업이익이 42.1%, 순이익이 32.3% 줄어든 채 한 해 농사를 마쳤다. 영업이익률은 1.7%p 떨어진 4.2%에 머물렀다.
2018년에는 산업은행 체제 이후 최대 실적을 다시 쓰는 호실적을 누렸으나 작년은 과거 회계법인 감사 의견거절 이슈, 분양사업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형 축소가 불가피했다. 이에 호황기보다 0.2%p 낮춘 90.1%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하며 분전한 모습이다. 영업외손실도 전년도 1969억원 규모에서 568억원으로 1400억원 정도 적자폭을 감소시켰다.
강점을 지닌 주택건축 부문이 10.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토목의 영업적자가 1811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고 플랜트도 1494억원 적자로 400억원 가량 손실폭이 늘어났다. 이와 달리 해외부동산개발, 부동산임대, 호텔업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의 영업이익은 4배 이상 증가해 1813억원을 기록했는데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에 대한 반증인 셈이다. 대우는 본격적인 신사업 발굴·강화를 위해 지난달 기타부문에 속한 대우에스티 등 자회사간 합병을 추진하고 중소형 부동산 개발 등에 진출하겠단 전략을 발표한 바 있어 올해 반전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