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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20년 세법개선' 이슈진단

코로나19 이후 달라지는 세상... '정기 세무조사' 폐지될까?

조세일보 / 김진영 기자 | 2020.04.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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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행정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실시되어 온 납세자 대면업무 중 불요불급한 것이 있는지 검토해 국세행정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특히 정기 세무조사 관행은 이번 기회에 바뀌어야 하고,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폐지 포함 정기 세무조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논리적 근거는 무수히 많다.

먼저 정기 세무조사는 3~6개월에 걸친 납세자 대면조사를 벌이는 부담에 비해 세수실익이 크지 않다. 정기 세무조사가 유지되어 온 이유는 '정기적 순환조사가 기업의 납세성실도를 담보한다'는 것인데, 과거 세원관리 개혁사례를 보면 이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다.

20년 전 '부가가치세 지역담당제'를 폐지할 당시 국세청 내부에는 세수손실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납세자와 세원관리 담당자와의 '유착의 끈'이 끊어지고 나니 세수가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정기 세무조사는 세법논리에 맞지 않다. 현행 자진신고납부제 하에서 납세자 신고는 내용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성실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를 전제로 우리 세법에서는 장부작성의무, 세금계산서발급의무 등 납세자의 허리가 휠 정도의 협력의무를 지우고 있다.

탈세 등의 혐의가 없는 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기꺼이 부담하고 있는 협력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납세자가 납세협력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특별한 사유없이 4년~5년 주기로 정기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이는 자진신고납부제도의 취지와 완전 상극이다.

자진신고납부제란 주권자인 국민이 스스로 납세 의무액을 신고하고 그 신고자체를 조세채권 · 채무의 확정으로 인정하는 제도. 다만 신고가 없거나 신고가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부의 조사결정 또는 경정(更正)에 의해 세액을 결정하므로 자진신고로 이미 조세채권이 확정된 상태에서 탈루혐의 없이 세무조사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세법상 모순이다.

■ 국세청의 패러다임 전환... 성공이었나 실패였나

1999년 9월1일 국세청은 '제2의 개청'을 선언하고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일대 혁신했다.

1997년 12월 치러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당시 이석희 국세청 차장이 기업들을 상대로 대선자금을 거둬들인 이른바 '세풍' 사건이 일어나 국세청에 대한 환골탈태(換骨奪胎) 여론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정부 부처 중 늘 혁신에 앞장서는 국세청으로서도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당시 안정남 국세청장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불요불급한 납세자 대면업무를 혁신하기 위해 지역별로 2인1조의 세무공무원이 담당하던 부가가치세 지역담당제를 전격 폐지했다.

세원관리방식도 기능별로 개편하고 세무서 숫자도 대폭 줄였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실상 등 떠밀려 추진한 개혁이었고,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지역담당제를 폐지하면 세원관리가 엉망이 되어 국가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혁신은 성공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국세청은 이후 분기별 부가가치세 신고, 법인세 신고, 소득세 신고 등 모든 세금신고납부방법을 온라인으로 점차 대체하고 업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신고성실도분석, 신고안내, 금융추적조사, 주식이동조사 등 상당수 국세행정을 비대면 조사방식으로 바꾸었다.

심층(비정기) 세무조사의 경우에도 조사착수 시 1회 납세현장을 방문해 장부를 영치하기는 하지만 조사는 지방국세청 조사국 사무실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납세자와의 대면은 납세자가 희망할 경우, 지방국세청 조사국 내부의 제한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기 세무조사는 여전히 납세자의 사업장에 국세공무원이 방문해 3~6개월간 대면조사 활동을 벌이는 체계로 유지되고 있다.

정기 세무조사보다 강도가 훨씬 센 비정기 세무조사도 비대면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정기 세무조사만 납세자 방문 조사형태를 유지하고 있을까.

명분상으로는 기업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일종의 경영 컨설팅 성격의)정기적 점검, 지도를 한다는 것인데,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님도 보고 뽕도 따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면 조사라는 것이 국가 세수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더욱 의심 받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장 세무조사 종료 후 국세공무원들이 조사 대상 기업이 지원했던 노트북 등 집기를 챙겨가곤 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돈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정기 세무조사를 통한 국세수입 비중은 매우 적은 형편이다.

국세수입의 대부분은 납세자의 자진납세로 채워지고 있다. 

국세청도 정기세무조사가 '가성비'가 낮은 업무임을 알고 있다. 세수기여도 마저 낮은데 기업에 '면죄부'만 주는 것이라는 인식도 일부 국세공무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과거 일부 기업인이 (친분있는 실세가 있는 '지금 정권에서 털고 넘어가자'는 식으로)"지금 세무조사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 세무조사 권력 앞 빛 좋은 개살구... '납세자 성실성 추정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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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성실성 추정 원칙과 (정기)세무조사 대상 선정 등이 명시되어 있는 국세기본법 규정. 현행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을 규정한 제81조의6제3항 각 호(무자료, 위장가공거래 혐의 및 구체적 탈세제보가 있는 경우 등 5가지)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와 세금납부액 등이 진실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등 한국의 세법은 자진신고납세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납세자에게 세금신고 및 납부에 대한 제반의무(장부기장, 세금계산서 수수 등)를 부담하는 대신 납세자의 세금 신고납부에 의해 납세의무가 종결되는 것으로 보며 신고납부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신고내용이 부당해 세금탈루 혐의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세무조사를 해서는 안된다.

실제 국세기본법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 등을 진실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1조의3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일부 예외는 무자료 거래 등 명백한 탈세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비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 요거)

하지만 이러한 성실성 추정 원칙에도 불구하고 과세당국이 신고 적정성 검증 등을 이유로 정기 세무조사가 가능하도록 세법이 만들어져 있다.

국세청의 자체 성실도 분석 결과 문제가 발견된 경우는 납득이 가는 대목이지만 최근 4과세기간 이상 동일 세목의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납세자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은 이전까지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 등의 진실성을 부정하겠다는, 성실성 추정 원칙과 정면 배치되는 '모순'이다.

다시 말해 특정 기업이 4년 동안 제출한 세금납부액과 부수 자료 등은 정기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는 순간, 모두 '거짓'의 가능성을 내포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 필요에 따라 국세청 마음대로... 조사대상 선정 공정성 의구심

정기 세무조사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는 또 있다. 조사 대상자 선정이다.

현재 세무조사 대상 선정은 법(국세기본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아울러 특정한 경우에 해당 되면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재량'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원칙적인 부분만을 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국세청이 조사 대상자 선정을 제멋대로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8년 내수부진, 최저임금 인사 여파에 따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519만명 대상) 대상 세무조사 유예 및 (정기)조사대상 선정 제외 조치.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국세청장이 당시에 직접 대국민 홍보에 나서기까지 했다.

국세청의 행정력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세무조사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는 국세청이 생산한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당시 사례는 결국 정치적 목적을 위한 '생색내기용 이벤트'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실화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2017년 3월 치킨업체들이 치킨 가격을 올리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는 둥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정부 부처(농림축산식품부) 발표가 가능한 이유도 이러한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결여에 따른 결과물이다.

국세청은 '법인 성실도분석시스템(CAF)' 등을 기반으로 공정한 선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선례들을 보면, '공정한 선정'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일정 금액 이상 매출액을 올리는 사업자라는 이유로 경기침체 등과 관계없이 4~5년 주기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 '가성비'도 안나온다... 정기 세무조사 바라보는 현장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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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2014년~2018년) 법인 및 개인사업자 세무조사 실적. 지난 2018년 법인사업자의 경우 전체 가동법인의 0.4% 정도가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비정기 제외).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전체 확정신고인원의 0.08%만이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비정기 제외).

현재 전국 2만명 국세공무원 중 세무조사 업무에 투입되어 있는 인력은 대략 6000~7000명 수준. 지난 2018년 기준 76만9684개 가동법인 중 고작 0.6% 정도에 불과한 4795개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 실시됐는데(정기+비정기), 부과세액은 4조5566억원이었다.

이른바 '노력세수'인데, 2018년 국세수입 293조6000억원 대비 1.5% 수준이다. 이마저도 부과세액 기준이며 추징 후 조세불복 등으로 환급된 액수를 차감하면, 노력세수 크기는 더욱 줄어든다.

경우에 따라 정해진 조사일정 소화를 위해 1개 조사팀(지방국세청 기준 6~7명)에 2~3개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업무가 중복 할당되어 '수박 겉 핥기식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등 내부적으로 비효율적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고 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세무조사를 나가면서 '실적' 가이드라인을 설정, 이를 끼워 맞추기 위한 억지춘향 과세로 소송 등 불필요한 자원 낭비로 이어지는 케이스들도 상당하다.

'이건 눈감아 줄테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불복을 제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국세청 조사관의 유혹(?)에 못이기는 척 넘어간 경험이 있다는 기업 실무자들의 증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80~90년대 시절과 달리 기업들의 내부통제시스템이 고도화되어 기업주 등이 소득을 숨기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일탈을 기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일정 매출액 이상 대기업 등에 대해 4~5년 주기로 6~7명,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의 인력들을 투입해 수 개월 동안 여러 세목에 걸쳐 이 잡듯 뒤지는 방식의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 행정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정기 세무조사 없애고, 새 패러다임 도입해야

국세청 본연의 역할은 '탈세차단'을 통한 성실신고환경 조성과 납세협력비용 절감이다.

세수확보가 본연의 임무인양 내세우기도 하는데 납세자의 자납세수가 90% 이상인 상황에서 국세청이 세수확보를 위해 할 일은 납세지원을 빼고는 딱히 없다. 

세수확보를 위한 납세지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졸지에 국세청이 나서서 '서비스 행정기관'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세청의 영문이니셜은 'NTS(National Tax Service)'. 탈세차단을 위해 엄격한 공권력을 행사해야 할 기관의 현 주소다.

국세청이 탈세차단이라는 본연의 존재목적에 부합하려면 정기 세무조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꽤 오래전부터 국세청 안팎에서 흘러나왔었다. 

조사 인력들을 탈세 정보 수집 및 분석에 투입해 끊임없이 탈세 가능성을 감시하고 탈세혐의가 큰 기업 등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광범위한 비정기 세무조사를 실시, 세금 추징 및 고강도 처벌(조세범처벌법)로 탈세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확실히 심어주는 형태로 조사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전직 국세청 고위직 출신 세무대리인은 "국세청이 특정 기업 등에 비정기 세무조사를 나가기 전 사전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추출, 조사팀에 제공하는데 막상 현장 조사를 하다보면 분석자료가 '헛방'인 경우가 많다. 정기 세무조사라면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하는데 최근 기업들의 세무회계 처리 시스템 등을 고려하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무조사 추징 실적이 곧 성과와 승진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조사팀은 억지를 부려가며 추징액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라며 "이는 기업들을 괴롭히자는 의미밖에 안된다. 국가의 공권력이 이런 식으로 남용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세청 고위직 출신 세무대리인은 "우리나라는 탈세자에 대한 처벌이 굉장히 약하다. 조세범처벌법으로 고발해도, 집행유예 등으로 다 빠져나오고 실형을 사는 경우가 드물다. 탈세하면 망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탈세정보수집을 강화하고 비정기 세무조사의 강도를 높여 일벌백계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세무조사 행정 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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