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부문 영업적자 1조 2천억…재고손실 7210억
코로나19·유가폭락에 정제마진 최악 수준 하락
◆…S-OIL 최근 5년 분기별 영업실적. 2020년 1분기는 잠정실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OIL이 국제유가 폭락,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 악재를 만나 영업손실이 1조원대에 달하는 최악의 실적에 부딪쳤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제품가 하락도 겹쳐 정유부문이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S-OIL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 1984억원, 영업손실 1조 73억원, 당기순손실 8806억원으로 잠정 집계해 27일 공시했다. 이는 매출이 전년동기와 전분기 대비 각각 4.2%, 19.7%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모든 비교지표가 적자로 전환된 실적이다.
이 회사가 1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유업계가 2014년 단기간 국제유가 약 50달러 급락 사태 발생으로 일제히 적자를 기록할 당시 4분기 2440억원 손실이 최저점이었으나 이를 큰 폭으로 경신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석유화학 부문이 전분기 대비 222.7% 늘어난 6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윤활기유도 1162억원으로 21.6% 이익이 증가했으나 정유 부문에서 1조 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사 실적 크게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폭락하면서 재고관련손실만 7210억원에 달했던 부분이 뼈아프게 작용했다.
국제유가는 1분기 사상 최악의 행보를 보였는데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지난해 12월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1월 57달러, 2월 48달러, 3월 23달러까지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단기간 유가폭락 규모 만만치 않았던 2014년에는 제품 스프레드가 올 1분기보단 나았던 상황이라 이번에 손실규모가 훨씬 컸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여기에 수요부진이 겹쳐 정제마진도 지난해 말 최악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업계에 의하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작년 12월 배럴당 평균 -0.1달러에서 1분기 0.4~3달러 사이를 오갔는데 통상 4~5달러 정도가 손익분기점(BEP)으로 평가되는 만큼 정유업계가 부진한 업황에 계속 시달린 셈이다.
S-OIL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제트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 중심의 글로벌 정유제품 수요 급락이 발생하면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손실로 정유 부문의 적자가 컸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사는 계획된 정기보수 외 공장 가동을 강제 중단하는 극단적 자구책을 펼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가동률까지 축소시키며 대응하진 않아도 되는 수준이고 제품 판매가 부진해 손실이 커진 것이 아닌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인 만큼 2분기에도 정상적 가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분기에 1분기보다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각 정유사들의 가동률 조정, 정기보수 등과 함께 각국의 경제활동까지 재개되면 정제마진도 낮은 수준에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측은 "시장 상황상 마진이 아직 부진해 이달에도 흑자기록은 어렵다"면서도 "4~5월 사우디아라비아 선적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이 대폭 하향 조정돼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며 "2분기 실적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1분기보다 대폭 개선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