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 폭락영향으로 트레이딩·ELS 손실 커져
NH투자 순익 81% 급감, 하나·신한금투 20~30%대↓
4대 금융지주 증권사들의 1분기 순이익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보다 7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증시 폭락, 환율 변동성 등의 영향으로 트레이딩과 ELS 부문에서 손실이 커진 영향이 컸다. 거래대금 급증의 영향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큰 폭 증가한 점은 위안거리다.
29일 각 사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증권사의 1분기 연결 및 지배주주지분 기준 당기순이익은 1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3917억원 대비 71.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2523억원과 비교하면 56.0% 줄었다.
4개 증권사 모두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지만 증권사별로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KB증권은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NH투자증권의 순이익도 80% 넘게 곤두박질 쳤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도 20~30%대 급감했지만 상대적으로 순익 감소폭이 작았다.
증권사간 충격의 강도가 엇갈리며 업계의 판도가 급변했다. 4대 금융지주 증권사 중 지난해 1분기 최하위였던 하나금융투자는 선두에 올랐고 선두였던 NH투자증권은 세 번째로 내려앉았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에 순이익 467억3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1분기 624억8100만원 대비 25.2%, 전분기 688억9200만원 대비 32.2% 급감했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01%로 지난해 1분기 7.84%, 지난해 연간 8.38% 대비 낮아졌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하나은행(5546억원)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투자는 1분기 46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1분기 708억2300만원 대비 34.1% 급감했지만 전분기 187억5000만원 대비 148.8% 급증했다.
금융상품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21.6% 줄었지만 위탁수수료 수익은 거래대금 증가의 영향으로 62.6% 급증했다.
신한금융지주 내 신한은행(6265억원), 오렌지라이프(595억원)에게는 뒤졌지만 신한캐피탈(427억원), 신한생명(397억원) 보다는 앞서며 계열사 중 3번째 많은 순이익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711억4300만원 대비 81.2% 급감한 321억8900만원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전분기 1164억3800만원과 비교해도 72.4% 급감했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분기대비 42.3% 증가하고, IB 및 기타 수수료수익도 11.8% 늘었지만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B 부분의 실적은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해외채권 관련 환평가손실, 스프레드 악화 영향에 따른 평가손실 부담과 DLS 운용손실 등으로 별도 기준 트레이딩 손익이 악화됐다”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헷지펀드(연결대상법인)의 평가손실이 반영되며 별도순이익 625억원 대비 부진한 연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1분기 146억8800만원의 손실을 내며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 872억7500만원 대비 1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 KB금융지주 계열사중 은행에 이어 2계열사 입지를 다졌지만 올해에는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증권사가 적자로 전환한데는 글로벌 증시의 급락으로 인한 ELS 자체 헷지 운용 손실 약 480억원, 라임자산운용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관련해평가손실 약 400억원, 일회성 충당금 약 190억원 발생한 부분이 컸다.
KB증권 관계자는 “1회성 손실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적자로 전환했지만 서울바이오시스 IPO,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 등의 딜 주관으로 ECM 1위를 달성하고 DCM 부문 1위를 수성하는 등 IB부문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했고 대체투자펀드 및 채권판매 증가로 WM 수익도 늘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