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지역 재생산 지수 1 미만
베트남, 뉴질랜드, 한국 등 코로나 19 대응 참고해야
한국, 콜센터내 코로나19 감염에 성공적인 대응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미국의 청사진 될 수 있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콜센터의 11층 평면도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 내 제한조치들이 조지아주와 텍사스 주 등 일부 지역에서부터 부분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활동의 조기 재개가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경제 재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컬럼비아 대학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의 교수 겸 이사인 제프리 삭스는 3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이 경제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통제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나라들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은 지금까지 6만6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는데, 이는 인구 10만명 당 약 20명의 사망자를 낸 것이다. 서유럽 국가는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벨기에 67명, 프랑스 37명, 이탈리아 47명, 독일 8명, 스페인 53명, 스웨덴 26명으로 매우 높다. 한편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호주, 0.4, 중국, 0.3, 뉴질랜드, 0.4, 한국, 0.5, 대만, 0.03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최근까지 호주, 중국, 뉴질랜드, 한국, 대만,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들은 재생산 지수(감염자 한 명이 전염시키는 사람의 수)를 1 미만으로 억제했다고 보고했다.
삭스 교수는 이들 국가들의 모바일 기술, 정부의 전문성,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의 사용, 그리고 감염자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접촉자를 격리시키기 위한 집중적인 공중 보건 서비스 등이 성공적으로 확산을 억제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은 약 9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국가인데 지금까지 단 한명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보고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과 국경이 접해 있고, 상대적으로 저소득 국가인 베트남이 적극적인 발열 체크와 봉쇄조치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 선언을 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에는 확인되지 않은 지역 사회의 전파가 없다.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렇게 유지하려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는 뉴질랜드 전역의 이동제한을 3단계로 완화하기 시작하여 일부 소매업체와 식당 등의 운영이 재개될 예정이다.
삭스 교수는 한국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공격적인 검사와 접촉 추적, 열 모니터링 등의 공중보건 대책으로 확산을 극적으로 꺾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문자 알림 시스템을 사용하여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모바일 앱은 새로운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켄트 셉코비츠 의사 겸 CNN 의학 분석가도 1일(현지시간) CNN 칼럼을 통해 한국의 논문을 소개하며, 한국의 코로나19 통제 사례가 미국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CDC)의 학술지인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한국의 코로나19 책임자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책임저자로 집필한 '한국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 서울시 및 기타 지역 기관의 전문가들이 맡았다.
이 논문은 한국이 서울 도심에서 가장 바쁜 지역에 있는 고층빌딩에서 발생한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 사스와 메르스를 겪어본 한국 보건 관계자들은 첫 콜센터 사례가 보고된 지 하루 만인 3월 9일 건물 전체를 폐쇄하였다. 검사는 1,143명(근로자, 주민, 방문자 등) 전원을 대상으로 거의 즉시 실시되었으며, 대응팀이 즉각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콜센터 사례는 적절한 대응으로 확산을 막았지만 이러한 대응이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장할 수 없으며, 여전히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셉코비츠는 이러한 지적을 인용하며 미국 정책 결정권자들이 하루아침에 도시를 재개장한다는 것은 '허황된 꿈'이라고 비판했다.
셉코비츠는 비록 한 건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코로나19의 발견과 통제에 대한 한국의 접근방식은 미국 국가와 지역 정책 결정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청사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건물 전체 폐쇄 조치, 즉각적 검사와 신속한 검사결과 통보,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가 격리하는 시민의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청사진을 전면적으로 채택해야만 감염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삭스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의 보건복지부, 질병통제예방센터 등 관계당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다른 나라의 성과를 보고 배우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