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관력 의존 "지표가 바로 여기(머리)에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과학자' 등한시 해
트럼프의 경제재개 기준, "내 머릿속에 있어"
미국의 팬데믹 위기가 '과학적 사고 리더십' 요구 키워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소독약' 발언을 하자, 그 자리 참석했던 데보라 벅스 박사(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지고 있다. (출처 트위터 캡쳐)
지난 3일(현지시각)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3년 동안 과학에 기초한 정책에 적대시했으며 자신의 직관에 기초한 잘못된 신념으로 미국을 위기로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소독약을 체내에 주사하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데보라 벅스 세포면역학 박사(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의 얼굴이 카메라에 우연히 잡혔는데, 트럼프의 황당한 발언을 듣는 순간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존 홀드랜 하버드 환경과학 교수는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행동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에 보인 태도는 매우 처참한 수준"이라고 말하며 "트럼프의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대중에게 크게 퍼지고 있으며 바이러스와 싸우기에도 정신없는 과학자들을 정서적으로 크게 지치게 한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미국이 팬데믹 석 달 동안 백만 명이 넘는 확진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과학계 사이에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러 부글부글 끓고 있으며 이번 트럼프의 소독약 발언이 미국 과학계에게 큰 절망감을 줬다고 전했다.
지나 맥카티 전 환경보호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과학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하며 "오랫동안 미국이 과학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해왔으나 더는 사실이 아니게 됐다"고 한탄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임기 3년 동안 과학과 연을 끊는 데 성공했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노벨상 수상 과학자 5명과 국립 과학원 과학자 25명을 그의 행정부에 등용했다.
홀드랜은 "트럼프는 정확히 반대"라며 "어떤 과학자도 백악관 고위급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임명한 관리들의 일면을 보면 여러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변호사이자 제약회사 출신인 알렉스 아자르 보건복지부 장관, 복음주의 기독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동산 투자자이자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임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경제재개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내 머리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출처 ABC news 유튜브 캡쳐)
신문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과학적 증거보다 타고난 직관을 더 우월하게 여기는 지도자를 얻었다며 트럼프가 기자 회견에서 경제재개에 대한 질문을 받는 순간을 주목했다.
지난달 10일, 한 기자가 "(경제재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지표를 쓸 것인지 말해 줄 수 있는가"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지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게(머리) 내 지표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의 잘못된 직관은 꽤 오래됐다. 트럼프는 운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배터리처럼 한정된 에너지를 지니고 태어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며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반대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팬데믹에 대처하면서 일으킨 모든 실수는 과학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그가 연방정부를 동원하는데 그렇게 느렸던 이유는 바이러스가 '기적'처럼 사라지길 믿었던 '직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비과학적 태도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라는 주장에서도 나타났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유효하지 않으며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덩달아 돌팔이 의사, 사이비 과학 단체, 음모 주의자의 행동을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으며 산업용 표백제를 먹은 사람들이 '기적의 치료'를 받았다는 주장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신문은 미국 과학계가 암울한 현실에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팬데믹이 희망을 주고 있다며 이번 위기가 트럼프와 과학의 충돌을 전면에 드러냈으며 이 충돌에서 벗어날 방법도 보여 주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과학자들은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이번 위기 때문에 더 커질 것으로 봤다.
하버드대학 과학역사학자인 나오미 오레스케스는 "대다수 미국인은 과학에 호의적이며 최신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3%는 과학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