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검사도구의 '정확성'에 문제 있어
코로나 변종 항체 중, '코로나19 항체'만 따로 구분 못해
인간에게 코로나19 항체가 제대로 생성되는지 밝혀야 해
◆…지난 5일 미국 코네티컷에서 간호사가 코로나19 항체검사를 위해 이민자로부터 혈액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일반 인구 또는 '감염병 특별관리지역'(대구ㆍ경북)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1일 밝혔으며 영국, 독일, 이스라엘도 항체 검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면역 체계가 코로나19에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히 모르는 가운데, 항체 검사의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어 과학자들이 골머리 썩고 있다고 과학전문잡지 노어블 매거진(이하 노어블)이 지난 1일 보도했다.
| 항체 검사를 하는 이유? |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부 국가에서 제안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면역 인증서' 발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사진 연합뉴스)
노어블은 전 세계가 봉쇄를 풀고 경제 재개로 가려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항원'인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가 생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항원은 몸에 침입해 몸의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반면 항체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져 바이러스와 싸워 그 독성을 제거하는 물질이다. 이 항체가 계속 몸에 있으면 코로나19가 몸에 다시 들어오더라도 재발을 막거나 증상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항체 검사는 우리 몸에 특정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그 양을 측정하기 위해 피검사자의 피로 분석한다. 이 검사로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있으며 감염된 뒤 회복된 사람들을 찾아내 일터로 다시 갈 수 있게 하는 '면역 여권'도 발급할 수 있다.
항체가 있으면 다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으나 과학자들은 면역 체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항체를 제대로 생성하는지 확실히 알아내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는 항체 검사에 기초한 '면역 인증서'를 발급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는 영국이 쓰고 있는 항체 검사의 정확도가 낮다고 우려했다.
| 항체 검사 과정 |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모습(먼 그림)과, 인체 세포 침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오른쪽 앞)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항체 검사는 코와 목, 침에서 얻어낸 바이러스 유전 물질을 증폭해 발견하는 항원 검사(RT-PCR)와 전혀 다르다. 항체는 사람의 피에서 만들어지므로 피를 검사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찾는다. 만약 항체가 있다면 이미 바이러스와 싸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듀크-싱가포르 국립대 바이러스학 린파 왕 교수는 "지금까지의 검사법이 코로나19 항체를 정확히 찾아내기 어렵다"고 노어블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항체 검사는 코로나19 표면에 특징적으로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찾는 방식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 숙주세포 안으로 창처럼 밀고 들어간다. 코로나19에 감염돼 회복했다면 몸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기능하지 못하도록 하는 항체가 생성됐을 수 있다.
항체를 발견하기 위해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라는 방법을 쓴다. 피에 항체가 있으면 효소가 여기에 달라붙어 색이 변하는데 실험실에서 몇 시간 정도 걸린다. 다른 대체 방법으론 임신 검진 도구에서 볼 수 있는 '측면유동면역발색법'이며 이는 몇 분 정도면 되나 세계보건기구는 정확도가 낮다고 경고했다.
| 정확히 '코로나19 항체'만 구분할 수 없어 |
◆…임신 검진 도구에서 볼 수 있는 '측면유동면역발색법'이며 이는 몇 분 정도면 되나 세계보건기구는 정확도가 낮다고 경고했다. (출처 연합뉴스)
노어블은 좋은 검사 도구는 '두 가지 특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첫째는 '민감도'로 항체가 없는 사람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가에 대한 값이다. 민감도가 낮으면 항체가 실제로 없음에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에서 승인받은 몇몇 회사들의 제품은 민감도가 94~100%에 달한다. 다만 감염 뒤 항체가 제대로 축적되기 전에 검사하면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특이도'로 항체가 있는 사람을 얼마나 잘 가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값이다. 특이도가 낮으면 항체가 있는 사람을 항체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출시된 상용 검사 도구 3개의 특이도가 83~96%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민감도는 실제 양성인 사람에게 양성이라고 판단하는 값이고 특이도는 실제 음성인 사람에게 음성이라고 판단하는 값이다.
노어블은 특이도 관점에서 코로나19를 걸러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독감을 일으키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며, 여기에 일반 감기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4종이 더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류에 감염돼 그 항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항체 검사는 코로나19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이애미 대학교 생물의학 나노기술 연구소 실비아 다우너트 박사는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검사 도구가 이를 구분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지금 미 FDA와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몇몇 검사 도구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항체가 있으면 안전하다는 뜻? |
◆…메르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항원) 단백질, RNA 면역증강제, RNA 안정화제로 구성된 백신 후보물질을 표현한 그림. (출처 KIST)
노어블은 코로나19 항체가 있더라도 그 안전을 확신하기 어려우며 모든 감염이 항체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선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됐다. 베이징 과학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고나서 회복된 원숭이들을 다시 감염시키려고 했으나 감염되지 않았다고 최신 연구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는 동물실험 결과지만 인간도 항체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지난달 13일, 한국에선 격리 해제된 116명이 '재양성'으로 확인된 적이 있어, 코로나19 항체 생성 여부에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격리 해제된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재양성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재감염의 가능성보다는 기존에 감염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짧은 기간 안에 재활성화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일부 과학자들은 검사 자체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우너트 박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추론을 내놓았다. 그는 "면역 체계의 능력이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항체를 많이 만들 수 있으나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사람은 항체를 적게 만든다. 가벼운 코로나19 증상을 겪은 사람은 장기 항체를 충분히 만들지 못할 수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중국인 3분의 1은 매우 낮은 항체 지수를 보여 다음번 감염에서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어블은 생성된 항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역과 수두 같은 질병엔 면역 체계가 오래 지속하는 항체를 만든다. 코로나19 같은 경우, 인플루엔자(독감)을 고려해 보면 1년 정도 갈 것으로 본다. 사스는 대다수 사람의 항체가 2년 정도 지속했으나 3년 차가 되자 그중 절반에게서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노어블은 항체 검사가 신뢰를 받으려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 가운데 코로나19만 따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발견된 항체가 얼마나 많이 생성되고 지속하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