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코로나19 대응 성공 사례로 인정받아
대만 인구 2380만명에 확진 440명, 사망 7명
중국, '하나의 중국' 원칙 내세워 대만 배제
WHO, 대만 참가 논의 연말까지 연기
◆…세계보건총회 [사진=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현지시간) 대만의 옵서버 자격 논의를 올해 연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는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대만의 옵서버 자격 부여 논의를 연말까지 미루기로 합의했다.
대만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대만은 1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약 2380만 인구에서 확진자는 440명, 사망자는 7명이 나왔다. 외신들은 대만이 조기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귀국하는 모든 대만인의 의무적인 검역 등의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막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은 왜 WHO 총회에 참석하지 못할까?
중국의 반대
대만이 WHO 총회에 항상 참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대만은 2008년 친중 노선의 마잉구 총통의 당선 이후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보건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해왔다. '옵서버'는 발언권은 있지만, 의결권은 없는 참여국을 말한다.
그러나 대만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이후에는 다시 초청받지 못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2016년부터 대만의 WHO 참석을 차단한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4월 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대만은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했고, 우리의 성과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WHO에서 배제됐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대만은 바이러스의 성공적인 대응과 더불어 코로나19 사례에 대한 정보 공유와 보호장비가 부족한 미국, 동남아시아 등에 마스크 2400만 장을 공급하여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만은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WHO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최근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도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참석을 지지했다. BBC는 과거에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불쾌하게 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정치적 계산은 코로나19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의 WHO 참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서한을 한국을 포함한 55개국에 보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세계 보건과 안전을 정치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게 중요하다"며 대만의 자원과 전문지식이 코로나19와 싸우는 세계의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중 신냉전에 대만 이용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코로나19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신냉전 구도를 굳혀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이용될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중국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미국은 중국에 민감한 문제인 대만을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부 장관은 18일 제73회 세계보건총회 연설에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만이 세계보건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참여 논의가 보류되자 이는 WHO의 신뢰를 손상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WHO 사무총장이 모든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대만을 세계보건총회에 포함시킨 선례도 있다"면서 "WHO 사무총장이 중국의 압력으로 대만을 초청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미국이 자신의 동맹국인 대만의 WHO 재참여 문제를 추진하려 한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이들은 중국보다 더 고립감을 느낄 것이고, 대만 지지자들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이 WHO 총회에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보건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그런 노력은 결국 좌절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민진당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용해 '대만 독립'을 도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대만의 WHO 참여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올해 연말로 넘어가게 됐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18일 기자들에게 "우리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지지에도 대만은 세계보건총회에 초청받지 못했다" 면서 "우리는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 대만 국민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무시한 WHO에 깊은 유감과 불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