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수 위주로 경제전략 전환
경제전략 변화는 서방과 탈동조화 대비
코로나19로 중국 이외 지역으로 공급망 다변화될 것
미국·일본·유럽 잇따라 리쇼어링 정책 내놓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 보안법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전략을 내수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따라 부품을 수입한 뒤 완제품을 재수출하며 글로벌 시스템 안에서 제조를 담당했다. 이 같은 경제전략에 따라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23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 경제계 위원 연석회의에서 "중국은 국내 유통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새로운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앞으로 내수를 출발점이자 거점으로 삼아 완전한 내수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이 이제 내수 위주의 경제개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중국의 내수 위주의 경제전략 전환은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방 경제와 탈동조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의 이코노미스트인 후싱더우는 내수 중심의 경제전략은 "미국, 나아가 서방세계 전체와의 탈동조화(디커플링)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중앙정부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폐쇄적인 계획경제로 돌아가서는 안 되고, 중국이 현재의 글로벌 체제와 다른 경제 모델을 구축할 의사가 없음을 전 세계에 확신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ANZ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레이먼드 영은 "중국의 전략적 변화는 앞으로 2, 3년 안에 세계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이다"라며 실현 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중국은 세계 경제의 깊은 불황과 국제 무역 및 투자 중단,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세계에의 악재에 직면해 있다. 이제 우리는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며 경제전략 전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 시장은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중국의 공장이 멈춰서면서 각국은 핵심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는 중국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국 기업의 생산라인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해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19일 벤처 제약사 플로와 3억5400만달러 규모의 관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은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포함한 복제약 생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려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해외로 빠져나갔던 의약 산업 공급망을 미국으로 복귀시키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핵심 제조업의 공격적인 리쇼어링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의 경제적 독립과 중국 등 다른 나라들로부터 공급망을 다시 불러오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면서 12개국에서 공급받는 자동차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자고 촉구했다.
일본은 지난달 9일 코로나19 경제원조계획을 발표하며 일본의 공급 사슬 개혁과 관련해 2435억엔의 자금을 배정했다. 2435억엔 중 2200억엔을 중국에 진출했다가 일본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지원하고, 나머지는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비용으로 사용한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을 수입해야 했던 프랑스도 "올해까지 마스크 제조의 완전한 독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생산시설의 해외 유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유럽연합(EU)이 산업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타임지는 최근 전세계적 리쇼어링 바람에 대해 "국내 일자리 창출과 핵심 산업 보호를 이유로 리쇼어링이 수년째 거론돼 왔지만, 코로나 사태만큼 세계 각국이 공급망의 해외 의존에 대해 위기를 느끼게 한 계기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CNBC는 25일 중국이 코로나19로 '유일한 세계의 공장' 지위를 상실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생산시설 가동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공급망 변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베인앤드컴퍼니 부사장 게리 마티오스는 "코로나19는 모든 기업의 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는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과거에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을 바라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 있던 수출용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이 국외로 이전할 수 있지만 내수용 생산시설은 여전히 대부분 중국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바레즈앤드마살 이사 린 하오르도는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정치가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