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노마스크', 바이든 '마스크'...메모리얼 데이 추모행사 참석
바이든, 10주 만에 대외 행보...트럼프 보란 듯 마스크 착용
트럼프 조기 경제 재개론 강조...'노마스크' 대선 전략 대변
바이든 '4C'에 이어 '경제'로 전략 확대
앞으로의 경제회복세가 대선 최대 화두
◆…헌화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부 [사진=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메모리얼 데이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No)마스크'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검은색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해 대조를 이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각자의 대선 전략을 대변하기도 한다.
◇ '노마스크' vs 마스크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맥헨리 요새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도 마찬가지이며, 행사에 같이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헨리 요새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우리는 함께 바이러스를 정복할 것이고 미국은 이 위기에서 새롭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로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미군의 헌신적인 노력을 치하하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5일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근의 참전용사 기념관을 찾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부인은 모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헌화 행사를 가졌다. 또 헌화식에 나온 참전용사들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경례를 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철저히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3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무관중 텔레비전 토론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 대외 일정이었다. 그 후 약 10주 만에 외부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AP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집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노마스크'와 조기 경제 재개
◆…메릴랜드주 맥헨리 요새 찾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 [사진=연합뉴스]
미국은 26일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 총 사망자의 3분의 1에 가까운 수치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코로나19 책임론에 대한 관심을 돌리고 다른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경제 재개론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활동 조기 재개로 일자리가 다시 늘고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 회복된 경제 지표를 보여주기 위해서 경제활동 조기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일 폭스뉴스와 가진 타운홀미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안전하게, 하지만 가급적 빨리 재개해야 한다"며 경제 활동 조기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5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를 다시 건설할 것이고, 상당히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였던 릭 윌슨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보다 경제 붕괴로 인한 정치적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하며, 이달 들어 마스크 공장을 방문하는 등 외부 행사를 늘려가고 있다. 그는 애리조나, 미시간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방문하며 조속한 경제 재개를 강조했다. 이들 행사에서도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며,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도 한번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마스크' 행보는 트럼프 캠프의 대선 전략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다수이다. CNN도 27일자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앞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재선에 필수적인 경제 재개가 안전하다는 자신의 메시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를 위한 대규모 집회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릴 예정인 공화당 전당대회를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대규모 집회 형식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주지사가 여전히 셧다운 하려는 분위기여서 전당대회에 전원 참석이 허용될지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 개최 허용 여부를 즉각 밝히지 않으면 수많은 일자리와 경제 발전을 가져올 공화당 전당대회 장소를 다른 주로 바꿀 수 있다"며 주지사에게 압박을 가했다.
◇ 바이든, 나도 꺼낸다 '경제 카드'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공공 보건과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놓겠다"며,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며 3월 자택 대피에 들어간 뒤 화상회의를 통한 온라인 선거 운동에 전념했다.
그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달 13일 "백악관에는 당신이 필요하다"면서 바이든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14일 "서로를 돌보는 정신이 정부에도 있어야 한다"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해 '4C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4C'는 중국 정부(Chinese Government), 은폐(Cover-up), 혼돈(Chaos), 기업 편중(Corporate Favoritism)이다. 코로나19 초기 중국 정부의 주장을 믿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묵살하고 대응을 지연시켜 혼돈을 가져왔으며, 대기업의 로비에 넘어가 국방물자생산법(DPA) 발동을 늦게 한 점 등 트럼프가 저지른 4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공격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이제 바이든 전 부통령은 '4C'와 더불어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당시 금융위기에서 경제를 회복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였던 '경제'로 전략을 확대해갈 분위기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늦은 대응이 생명과 일자리를 희생시켰다"며 "경제를 회복하는 방법은 공중 보건에 대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26일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코로나19 위기를 몇 달째 겪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경제에 관한 포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몇 달 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상세한 계획을 세우고 발표했다"고 덧붙이며, 본인이 경제회복을 위한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전당대회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이 다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7월에서 8월로 한 차례 연기된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해 "화상 전당대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8%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여론조사 결과도 달라졌다. 폭스뉴스의 지난달 조사에선 각각 지지율이 42%로 팽팽히 맞섰지만 지난 21일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8%포인트 앞섰다. CNN이 지난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46%의 지지율로 51%의 지지율을 얻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렸지만, 격전지로 분류된 15개 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7%포인트 앞섰다. 5개월여가 남은 미국 대선은 11월까지의 경제회복세가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