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병상공급 차질 없고 탄력적 운영 계획"
전문가들 "확진자 급증 시 부담 생길 것…의료진 운영까지 철저한 대책 필요"
◆…오전 진료를 마치고
6월 11일 서울 양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오전 진료를 마친 뒤 진료소 천막의 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격리 상태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1천명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 환자들을 치료할 병상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인구가 밀집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특성상 환자가 순식간에 급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0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의료기관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 중인 환자는 총 1천90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격리 환자 비중이 81.3%에 달한다. 서울이 420명, 경기 303명, 인천 163명 등 수도권 지역에만 무려 886명이 몰려 있는 것이다.
수도권 격리 환자의 증가 추세는 정부가 방역 대응 태세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 방역)로 전환한 때를 기점으로 두드러진다.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5월 6일 0시까지는 수도권 내 격리 환자가 306명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로 40일 만에 900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5월 황금연휴가 지난 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 수도권 개척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진 데다 최근에는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발(發) 확산세까지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방역당국은 아직 수도권 병상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판단한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으로 정부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감염병 전담병원 10여곳에서 확보한 병상은 모두 합쳐 1천769개로, 이 중 778개만 사용 중인 상태다. 아직 991개는 비어있어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경증 환자들이 생활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 역시 비슷하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는 생활치료센터는 경기도에 1곳인데, 총 45명이 사용할 수 있는 이곳에 현재 24명이 머무르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에는 19명(정원 100명), 경기도가 운영하는 센터에는 51명(정원 73명)이 각각 지내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잇달아 발생한 상황이지만 생활치료센터 수용 능력에는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수도권 내 병상 상황을 설명하며 "수도권 병상공급에는 아직 차질이 없고, (향후) 확진자 수에 따라 병상 수를 늘리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빠르게 확산할 경우 상황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다.
이미 수도권 내 국가지정 격리 병상 73개 중 69개는 사용 중이다.
상태가 위중하거나 중증 이상인 환자를 치료할 중환자실의 경우 수도권에 324개 병상이 있지만, 각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 중환자실 병상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총 52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60세 이상 고령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달 7∼13일 일주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 고령 환자는 134명으로, 5월 17일∼23일(13명) 환자의 10배에 달한다. 코로나19 치명률은 평균 2.29%지만 고령층일수록 높아져 80세 이상에서는 25.61%에 이른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 병상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병상 공동활용 모의훈련'을 한 데 이어 경기 안산 중소벤처기업연수원과 경기 광주 고용노동연수원 등에 국가 지정 공동 생활치료센터를 신설하기로 한 것 역시 고령자를 비롯한 수도권 확진자의 증가세를 고려한 것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최근 수도권 상황을 고려해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서 의료진들의 업무 피로도가 큰 만큼 의료 자원 동원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수도권에서 매일 100명씩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 병상 1천700개 정도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생활치료센터를 비롯해 의료진 동원 계획 등을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하루 환자가 100명씩 발생한다고 보면 중증 환자가 2명 정도는 생길 것인데 만약 20일 정도 상황이 지속한다면 중환자만 40명이 돼 방역 대응에 부담이 생긴다. 이런 상황까지 병상 확보 계획에 포함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5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의료진들은 지쳐가고 있다. 확산세가 계속되면 의료 인력이 계속 필요한데 의료 자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사람이 없거나 지치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